[문화를보면중국이보인다]‘동양의힘’보여준개막판타지

입력 2008-08-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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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밤의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은 화려했다. 그리고 매혹적이었다. 한 순간도 TV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중국인들이 과거 5천년간 쉼 없이 쌓아올린 문명의 에센스를 보여주었는데도 잘 만든 영화나 쇼보다 더 진한 감동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개막식에 등장한 중국문명의 아이콘은 하나둘이 아니었다. 위대한 사상가이자 교육자인 공자를 시작으로 돈황 석굴에 그려진 비천상, 문방사보, 최초의 서적 형태인 죽간, 태극과 화(和), 그리고 4대 발명품(종이, 인쇄술, 나침반, 화약)이 등장했다. 총 연출자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은 이들을 적절히 동원하되 최첨단 영상기술을 최대한 이용하여 중국문명의 찬란함과 우수성, 그리고 그 바탕이 된 화의 정신을 1시간이란 짧은 시간 동안 전 세계인에게 집약해 보여주었다. 여타 고대문명은 이미 오래 전에 지상에서 그 모습을 감추어 버렸다. 타 문명에 흡수되거나 스스로 소멸해 버리기도 했지만 유독 중국문명만은 5천년 가까운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그 맥이 끊이지 않고 면면히 이어져 왔다. 그 같은 힘은 과연 어디서 나왔던 것일까? 중국문화를 보면 누구나 중국인들의 상상력에 놀라고 만다. 모두의 혀를 내두르게 한 이 날의 개막식도 그 예외가 아니었지만.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나 체득한 진리를 머릿속에 가두어두지 않고 몸을 움직여 현실세계에서 실천하려 했기 때문이다. 실천이 없는 앎이 무슨 쓸모가 있느냐면서 그들은 지행합일을 강조하였던 것이다. 지금도 그들은 땀을 흘려가며 일을 한다. 높은 산에서 사람을 실어 나르는 가마꾼들은 그 좋은 예다. 지행합일의 중요성을 알았던 중국인들은 천인(天人)합일의 필요성도 쉽게 깨달았다. 자연의 원리를 거스르지 않고 오히려 그걸 주어진 대로 이용함으로써 자연과 인간의 공생을 추구하려한 자연주의 철학이 바로 그것이다. 이건 개막식에서 ‘화’와 태극으로 표현되었다. 미국의 팝페라 가수 사라 브라이트만과 중국인 가수 류환이 함께 부른 베이징 올림픽 주제가 ‘너와 나’나 대회의 슬로건인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이 세계인을 향해 다함께 손에 손잡고 앞으로 나아갈 것을 주문했듯이. 환경문제와 지구온난화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21세기에 조화와 천인합일을 강조하는 동양문명이 제대로 평가되고 그리하여 존중받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인류 문명은 그동안 우여곡절을 겪더니 이제 동양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권삼윤(權三允) | 역사여행가. 세계 각지에 있는 역사 유적지와 세계문화유산 현장을 여행하며 글을 쓰고 강의를 하고 있다. 최근 중국여행서 ‘거대한 시간의 도시에서 나를 보다’를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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