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얽힌올림픽해프닝] 54년걸린마라톤완주11시간싸운레슬링도

입력 2008-08-1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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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보다 중요한 건 기본이다. 올림픽 출전 선수들의 기량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규칙을 어기면 4년간 흘린 땀은 수포로 돌아가기 마련. 야속하게도 매회 올림픽마다 규칙 중에서도 가장 기본인 ‘시간’을 어겨 노력을 물거품으로 날린 엉뚱한 선수들이 등장했다. 1912년 스톡홀름 올림픽은 시간과의 질긴 악연으로 유명하다. 일본의 시조 카나쿠라는 마라톤 역사상 최장 기록을 보유한 주인공. 카나쿠라는 마라톤 도중 탈진해 코스 인근의 한 가정집에 실려가 잠이 들고 말았다. 저녁에 잠에서 깬 그는 주위의 질타가 두려운 나머지 몰래 짐을 꾸려 배를 타고 일본으로 돌아갔다. 이를 모르던 조직위원회는 카나쿠라를 실종처리 했고 무려 54년이 지난 뒤 나머지 레이스를 허락했다. 카나쿠라는 출발선을 나선지 54년 2일 32분 20.3초 만에 코스를 완주했다. 스톡홀름 대회에서는 레슬링에서 무려 11시간 경기가 멈추지 않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그레코로만형 중량급 준결승에 출전한 러시아의 마틴 클라인과 필란드의 아시카이넨이 장장 11시간에 걸친 승부를 벌였다. 두 선수는 30분마다 한 번씩 휴식을 취했지만 장기전에 지친 나머지 승자인 클라인은 탈진해 결승전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1960년 로마 올림픽에서 남아메리카 수리남의 이사야스는 자신의 경기가 오후라고 잘못 여겨 오전 내내 숙소에서 잠을 자다 결국 경기장을 밟아보지도 못하고 예선에서 탈락했다. 그는 당시 수리남 최초의 올림픽 출전 선수였다. 1972년 뮌헨 올림픽에서도 비슷한 선수가 나왔다. 미국 출신 로빈슨과 하트 선수는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던 중 TV로 중계되는 자신들의 출전 경기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저녁으로 알고 있던 경기 시간이 사실은 오후였던 것. 이를 미처 챙기지 못한 두 선수는 눈물을 삼키며 짐을 챙겨 미국으로 돌아갔다. 1988년 서울 올림픽 권투에서는 무려 67분간 침묵시위가 벌어졌다. 헤딩으로 반칙을 판정받아 패배한 우리나라 변정일이 심판에게 항의하며 링 안에 앉아 홀로 시위를 펼쳤다. 변정일이 링 위에 멍하니 앉아있던 시간은 67분. 이 시간이면 권투에서는 22라운드 경기가 가능하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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