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김효섭중계‘왜’가빠졌다

입력 2008-08-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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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중계의 큰 딜레마 중 하나는 불확실성이다. 예측 불허로 경기가 흐르기에 방송사들은 이를 최소화하고 보다 정확한 정보 전달을 위해 해당 종목의 전문가를 동원한다. 특히 스포츠팬 뿐 아니라 일반 시청자들도 관심을 갖는 올림픽 중계에서 해설위원의 비중은 더 크다. 잘 모르는 규정, 규칙이 나왔을 때 일목요연하게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나 경기가 밋밋하게 흐를 때 맛깔스런 입담 한 마디 등은 촌철살인이 돼 시청자들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이번 베이징올림픽에서 국내 시청자들은 이런 즐거움을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다. 올림픽 시작과 함께 이미 지나친 흥분(찢어지는 목소리로 박태환∼), 오보(박태환, 세계신기록입니다), 선수 이름 함부로 부르기(미란이가, 미란이가∼) 등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방송 중계는 19일 레슬링에서 직무유기로까지 이어졌다. 김효섭이 자유형 55kg급 8강전에서 아제르바이잔 선수를 만나 연장전으로 간 상황. 추첨으로 수비자로 나선 김효섭은 상대 공격을 잘 막아 방어점수로 이기는 듯 했다. 한국 벤치는 승리를 확신한 듯 두 팔을 번쩍 치켜들었고 해설위원들도 덩달아 김효섭이 승리했다고 울부짖었다. 심판들이 모여 비디오 판독을 하는 와중에도 해설자들은 “김효섭의 점수가 확실하다. 이겼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몇 분 뒤 김효섭이 먼저 엉덩방아를 찧은 것으로 판정 나 승패는 뒤바뀌어 버렸다. 패한 선수만큼 속상하기는 시청자들도 마찬가지. ‘왜’ 패했는지에 대한 설명을 기대한 건 당연한 것. 하지만 의아해하는 시청자들을 외면한 채 “점수가 확실하다”던 해설위원들은 꼬리를 내리고 “안타깝다”는 말만 반복했고 곧바로 중계는 끝나버렸다. 이 경기를 동시 생중계한 3개 방송사 어디에서도 고함만 들렸을 뿐 ‘왜’에 대한 설명은 전혀 들을 수 없었다. 윤태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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