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is…가을,사랑연극4편

입력 2008-09-25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길들이는것,흔들리는것,그리고너만보는것’
멜로의 계절, 가을이다. 바람이 휭휭 세지기 전에, 풍성한 사랑 얘기로 가슴을 뜨듯하게 데워놓아야 할 계절! 스크린에서 두 명의 남자와 결혼한 손예진(아내가 결혼했다)이 관객을 기다린다면, 연극무대에는 두 명처럼 한 명의 남자를 변신시킨 전혜진과 유선(쉐이프)이 있다. TV에서 조선의 화백 신윤복을 연기하는 문근영(바람의 화원)이 신비한 사랑을 펼친다면 연극무대에는 큐레이터를 연기하는 김성령(멜로드라마)이 바람 불면 쓰러질 것 같은 사랑을 보여준다. ○ 내 멋대로 변신시킬까? 남친 개조 리얼리티프로젝트 ‘쉐이프’ 내 눈에 잘난 남자는 남의 눈에도 잘났다? 눈에 콩깍지 낀 커플 얘기가 아니다. 쉐이프에는 눈에 콩깍지를 씌우기 위해 일부러 노력하는 여자가 등장한다. 자신을 ‘아티스트’라 자부하는 미대생은 연하남을 자신의 취향대로 길들인다. 예술적 소양이 문외한이라고 여기고 지적 수준을 높이고자 토론도 유도한다. 하기 싫다는 성형수술도 시킨다. 매일의 변화과정을 일기장에 적으라고 충고하고, 일기장을 보여 달라고 한다. “나 진상이지?”라며 몸 둘 바 몰라 하던 촌스러운 남자는 점점 변신한다. 고집스레 줄곧 입고 다니던 코르덴 재킷도 버리고, 헬스클럽도 꼬박꼬박 간다. 생활도 활기차게 변한다. 주변 친구들은 하나 둘 남자의 놀라운 변신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이젠 여자는 남자를 사랑할 수 있을까? 그러나 끝으로 갈수록 브레이크가 걸린다. 결국 여자는 남자의 변화과정을 낱낱이 사진과 소품을 전시하며 작품 발표회에서 공개한다. 여자는 믿는다. 남자는 자신의 피조물, 완벽한 예술 작품이라고 … 미운오리새끼에서 ‘훈남’, ‘얼짱’, ‘완소남’으로 변신한 남자, 예술 작품인가, 사랑의 대상인가? 그 해답은 관객에게 열려있다. ○ 왈가닥 청춘 ‘말괄량이 길들이기’ 아이들 그룹 ‘슈퍼주니어’의 ‘강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강인의 ‘귀여운 마초성’이 매력이란다. 젠틀한 남자가 주목받는 시대에, 강한 남성성을 드러내는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했다는 논리였다. 부드러운 남자, 터프한 남자의 사랑이 동시에 보고 싶은가? 연극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보면 된다. 양 볼에 하트 기운을 뽐내며 애교와 교태에 능한 ‘비앙카’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주먹부터 올라가며 난리법석을 피우는 ‘캐서리나’가 부드럽고 터프한 사랑을 동시에 보여준다. ‘쉐이프’가 여자가 남자를 변화시키는 얘기라면,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남자가 여자를 바꿔가는 내용이다. 드세고 우악스러운 성격의 여자가 어느 순간 온순한 양으로 변한다. 어떤 사랑이 더 매력적일까? 윽박지르고 어르고 위협해 쟁취하는 사랑인가, 온갖 달콤한 말로 구애를 바치는 사랑인가. 결혼과 연애에 대해 주야장천 떠들 소재가 셰익스피어 작품에 가득하다. 공연 전 즐기는 마임이나 클래식 연주 등 아기자기한 볼거리도 준비돼있다. ○ 누를 수 없는 욕망, ‘멜로드라마’ 가족의 의무와 불륜 사이에서 고민하는 남녀, 세련된 ‘사랑과 전쟁’ 한 편이 보고 싶다면, 대학로 연극 ‘멜로드라마’를 보자. 각 인물은 심각한 사랑에 빠져있지만, 재치 있는 행동과 대사로 슬픈 상황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게 만든다. 남자 2명, 여자 3명 각각이 다른 색채의 사랑을 보인다. 어릴 적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 남매와 그 남매와 가족처럼 지내는 여자, 완벽한 커리어우먼으로 보이기 위해 애쓰는 여자와 그의 착한 남편 등 다섯 명이 ‘사랑’ 때문에 얽히고설킨다. 심장을 이식받은 남자, 어릴 적 사고로 성장발달이 멈춰버린 여자 등 애절한 사연의 종합 선물세트다. 장유정 연출가가 직접 여행하며 모은 제3세계 음악들이 주인공의 테마에 맞춰 펼쳐진다. 가을날 센티멘털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것도 멜로드라마의 재미다. ○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너만 사랑할 수 있어’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이 모든 기억을 잃어도 다시 사랑하게 만들 수 있을까? 연극 ‘너만 사랑할 수 있어’는 멜로물에서 자주 등장하는 ‘기억상실증’을 소재로 했다. 한 여자가 이웃집 오빠를 사랑했고 학교 선배를 사랑했고 결혼해 남편을 사랑했다. 그 남자는 모두 동일 인물이다.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린 여자는 매번 같은 사람만 사랑한다. 머리보다 심장이 움직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실연당한 남자가 우연히 건네준 반지를 간직하고, 뒤통수밖에 보지 않고서도 짝사랑이라고 우기며, 유치한 영화라도 감독의 진심을 이해한다는 여자, 이 여자가 줄곧 사랑한 남자는 감독이자 짝사랑의 대상이자 동네 오빠였던 바로 ‘남편’이다. 아담 샌들러와 드류 베리모어가 주연한 영화 ‘첫 키스만 50번째’(2004)처럼 아침마다 남자는 여자를 처음 본 것처럼 행동하고 사랑에 빠지게 만들어야 한다. 이 두 남녀, 얼마나 피곤할까? 아니면 마음이 아플까? 미리부터 반전을 알고 가도 흥미롭게 볼 수 있다.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