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민“내연기근원은오기…‘강마에포스’위해눈썹밀어”

입력 2008-09-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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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눈썹은 김명민의 눈썹이 아닙니다.” 마주 앉은 김명민은 눈썹 꼬리를 순간 위로 치켜세우며 중저음의 시니컬한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그 목소리는 요즘 인기 높은 MBC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극본 홍진아·연출 이재규)의 지휘자 ‘강마에’ 것이었다. 김명민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과거 눈썹 모양을 머리 속으로 더듬어보니 사람 좋은 인상을 풍기는 갈매기 형이었다. “다 밀었습니다, 출연 결정하면서.” 우선 김명민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배우와 여러 인터뷰를 해봤지만 이런 경험은 난생 처음이었다고 고백한다. ‘허민녕의 스타트랙’에 초대된 네 번째 손님은 김명민이 아닌 ‘강마에’였다. 인터뷰 내내 드라마 속 한 장면을 찍는 듯 배우 김명민이 아닌 지휘자 강마에와 대화 중이라는 착각에 빠졌다. 말투며, 제스처며, 심지어 표정까지. 촬영 틈틈이 짬이 날 때마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었기 때문일까. “잠깐만이라도 김명민으로 돌아오면 안되냐”고 농담을 던졌다. “이해바랍니다. 촬영장에선 강마에일 수밖에 없습니다.” - 오만방자에 신경질적인 강마에가 인기다. ‘안티 히어로’같다. “저도 묻고 싶습니다. 왜 좋아하시는지.” - 세상에는 쉽게 이루는 자와 어렵게 이루는 자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세상은 공평합니다. 타고난 재능을 믿었다가 한 방에 가는 사람도 꽤 있지 않습니까. 전 과거에도, 강마에를 연기하는 지금도 절박합니다. 배우 김명민은 밑천이 별로 없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 부단히 애쓰는 수밖에 없습니다.” - 강마에와 김명민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천재형과 노력형으로 구분한다면 강마에와 김명민은 노력형입니다.” - 노력형인 강마에는 쉽사리 얻는 자들에 대한 경계와 질투를 극중에서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승부욕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강마에처럼 승부욕이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강마에와 김명민의 문제는 자꾸 주변을 보며 스스로 비교를 한다는 것이지요. 한때 저도 동료 연기자들과 재보며 많이 힘들어했습니다. 김명민이 남이 아닌 자신과 싸우는 법을 알게 된 계기는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때였습니다.” -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이 인생의 터닝 포인트였다? “살면서 바닥 찍어본 적 있습니까. ‘불멸의 이순신’ 방영 전과 초반부가 제겐 바닥이었습니다. 유약한 이미지의 김명민이 어떻게 이순신을 연기할 수 있단 말인가. 당시 반응이 그랬지요. ‘어차피 밑바닥인데 치고 올라갈 일만 남지 않았느냐’고 제 스스로 수없이 주문을 걸었습니다. 그때 제 자신과 경쟁하는 법을 알게 됐고,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고전음악이 소재인 드라마다, 평소에도 자주 듣는가. “안 듣습니다. 누나가 피아노를 전공했습니다. 클래식 음악을 하는 가족을 둔 사람은 공감할 수도 있겠지만…. 밤낮 가리지 않고 쳐대는 피아노 소리 말입니다. 좋을 리 없겠지요. 돌이켜 보면 이런 득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의지와 상관없이 항상 피아노 소리에 클래식 음반을 들어야 했고 자연스레 체화됐다고 할까요. 집안 환경이 그래서 중요하다고 말하나 봅니다.” - 그렇다면 지휘자란 역할은 왜 하겠다고 나섰는가. “제 연기의 근원은 오기인 것 같습니다. 너무도 생경해 진짜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나 분명 힘들 것이라고 예상되는 역할들. 그런 캐릭터가 제 마음을 자극하는 것 같습니다. 지휘자는 그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강마에의 독특한 목소리가 화제다. “특별히 참고할 만한 게 없어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굳이 롤 모델을 꼽으라면 할리우드 배우 게리 올드만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영화 ‘불멸의 연인’에서 베토벤을 연기했던 그 사람.” - 집안 환경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정에서의 김명민이 궁금하다. “평범합니다. 전업 주부인 아내와 5살 난 아들. 다른 가족과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 어느 부모든 자식에 대한 기대는 있기 마련이다. “음악가와 연기자를 택하라면 제 아들이 음악을 했으면 합니다. 가만히 지켜보면 음감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웃음) - 부모가 김명민에게 기대했던 것은 무엇이었는가. “연기자는 결코 아니었습니다. 좀 전에도 말했던 오기가 그래서 생긴 모양입니다. 보란 듯이 성공해 보이고 싶었습니다.” - 요즘 가장 큰 고민은. “꿈을 꿉니다. 수면 시간도 부족한데 말이죠.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엉망으로 엉키는 꿈.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듯합니다.” 허민녕 기자 just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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