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통증참고70분혈전…박미영아름다운패배

입력 2008-10-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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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하는 상대를 진 빠지게 만드는 커트, 이따금씩 터지는 전광석화 같은 공격. 베이징올림픽 당시 TV 앞에서 탁구 중계를 지켜보던 국민들의 마음을 쥐락펴락했던 솜씨는 여전했다. 박미영(28·삼성생명)과 고소미(24·대한항공)의 ‘2008 추계실업탁구연맹전’ 여자단식 16강전이 열린 1일 오후 경북 영천 실내체육관. 다른 3개의 코트는 경기가 모두 끝났고 관중들의 시선은 두 선수에게 일제히 쏠렸다. 커트를 시도하던 박미영이 자꾸 허리에 손을 댔다. 경기를 지켜보던 김충길 실업연맹 사무국장이 “(박)미영이 허리가 좀 이상하다”고 걱정했다. 결과는 박미영의 2-4패. 사실 박미영은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오전 훈련 도중 갑작스레 허리통증이 찾아와 기권을 생각했지만 ‘올림픽 후 첫 공식대회에 메달리스트가 아무도 나오지 않는 게 말이 되냐’는 최영일 삼성생명 감독의 지시에 출전을 강행했다. 김경아(31)와 당예서(27)는 모두 이번 대회에 나오지 못했다. 최 감독이 “정 못 뛰겠으면 중간에 기권하라”고 말했지만 그녀는 경기 시간만 70분이 넘는 혈전을 끝까지 치러냈다. 이런 악바리 근성을 가진 박미영은 한국 여자탁구의 희망으로 꼽힌다. 20대 후반의 나이에 올림픽에 첫 출전한 늦깎이지만 전문가들은 그녀가 아직 가진 것의 절반도 보여주지 못했다고 입을 모은다. 최 감독은 “나이는 27세이지만 새로 시작하는 선수와 다를 바 없을 정도로 잠재력을 지녔다. 워낙 자기 관리에 철저해 4년 후까지는 문제없다”고 평했다. 박미영 역시 “런던올림픽에서 베이징보다 나은 성적을 거두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체력 훈련에 더 많은 힘을 쏟고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영천 |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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