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들의 행진’, ‘병태와 영자’ 등 암울했던 1970년대 청춘들의 절망과 현실을 풍자적으로 노래한 하길종 감독. 그가 세상을 떠난 지 30년 만에 다시 화려하게 부활한다. 2009년 제 1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하길종 감독의 30주기를 맞아 그의 작품들을 소개하는 대형 추모전이 열린다. 2일 막을 올린 제13회 부산국제영화제의 한 고위 관계자는 8일 “영화 ‘바보들의 행진’과 ‘병태와 영자’ 등 하길종 감독의 대표적인 작품을 상영하는 것은 물론 ‘고래사냥’ 등 영화 속 삽입곡으로 유명한 노래의 주인공인 가수 송창식, 이장희 등 1970년대 청년문화의 대표적인 스타들을 초청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영화 상영과 함께 이들 가수들의 대규모 공연도 펼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가 마련하는 하길종 감독의 추모전은 그가 부산 출신이기도 하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모은다. 영화제 관계자는 “현재 한국 영화계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들이 젊은 시절 그의 영화를 보며 영화에 대한 꿈을 키웠을 것이다”면서 “30주기인 만큼 추모전은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941년생인 하길종 감독은 서울대 불문과 출신으로 미 UCLA에서 영화를 전공했다. 1972년 ‘화분’으로 연출 데뷔한 뒤 ‘바보들의 행진’과 ‘병태와 영자’ 등을 세상에 내놓으며 검열이라는 암울한 시스템의 희생이 되기도 했다. 1979년 뇌졸중으로 쓰러져 38세로 요절했다. 부산|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