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수기자의PIFF레터]하루잠한시간,식사9끼…김위원장의열정과뚝심

입력 2008-10-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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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이른 새벽, 아직 사위가 어두운 부산 해운대 바닷가. 횟집들이 줄지어 늘어선 이 곳 한 켠에 낯익은 얼굴이 보입니다. 부산국제영화제 김동호 집행위원장과 대만 출신의 거장 허우 샤오시엔 감독 그리고 티에리 프레모 칸 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등이 소주잔을 기울이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티에리 프레모 위원장은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김동호 위원장에게 해운대 해변가 산책을 권했습니다. 이날 아침 비행기로 돌아가는 티에리 프레모 위원장이 숙소에서 자다 항공편을 놓칠까봐, 김 위원장은 그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습니다. 그로부터 몇 시간이 지난 오전 10시. 부산 해운대 파라다이스호텔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 인터뷰를 나눴습니다. 폐막을 하루 앞둔 이날 1시간 밖에 잠을 자지 못한 김 위원장은 깔끔하게 빗어내린 머리에 정장 차림으로 기자를 맞았었습니다. 밝은 얼굴에서 피곤함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해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기간 동안 새벽 5시30분이면 김 위원장은 해운대 해변에 어김없이 나타납니다. 약 1시간 30분 동안 그는 해운대 해변에서 동백섬까지 달려 돌아옵니다. 조깅을 하는 것이지요. 바쁜 일정으로 쉽게 여유를 가질 수 없는 그의 유일한 건강관리법입니다. 김동호 위원장은 1937년생입니다. 1996년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처음 맡아 13년 동안 영화제를 이끌어왔습니다. 그는 문화관료 출신입니다. 영화진흥위원회로 이름과 역할이 바뀌기 전 영화진흥공사 사장과 예술의 전당 사장 등도 거쳤습니다. 하지만 부산국제영화제를 출항시키며 관(官)의 역할을 최소화했습니다. 오로지 영화 관계자와 관객들이 만들어가야 한다는 뚝심으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아시아 최대 영화제로 우뚝 서게 했습니다. 김동호 위원장은 부산 해운대와 남포동 등을 오가며 하루 일정을 분 단위로 쪼개 소화하곤 합니다. “일정이 많으면 20개를 넘을 때도 있다”는 그는 “오찬과 만찬이 각각 하루 2∼3회, 5∼6회씩 잡혀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김 위원장은 정작 영화제 기간에 상영작을 거의 보지 못한답니다. 그는 영화제에 관련된 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미 자료는 모아뒀지만 집필할 시간적 여유를 좀체 찾지 못한다며 “각국의 영화제를 이끄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을 생각”이라고 귀띔하더군요. “내년 부산국제영화제 개최 이전에 내야할텐데”라며 웃는 김동호 위원장은 또 다시 다음 일정을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며 악수를 청해왔습니다. 그의 손은 여전히 젊었습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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