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겨냥한‘맨유속의Seoul’

입력 2008-10-1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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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홈구장에A-보드광고…서울시‘월드마케팅’
‘말레이시아는 2005년부터 3년간 총 126억원의 광고를 집행해 500만명의 관광객 증대효과를 거둔바 있음. 삼성은 2005년부터 5년간 연 190억원의 첼시 유니폼 광고를 통해 2004년 대비 2005년 브랜드 인지도를 10% 올리는 효과를 거두었음. 금호는 2007년부터 3년간 총 140억원의 경기장 광고를 집행중임.’ 서울시가 9월말 홈페이지에 올린, 잉글랜드 프로축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구장 A-보드 광고주가 된 이유를 설명하는 내용이다. 이를 통해 서울시는 “홈구장 A보드 노출, 온라인 브랜드 노출, 회원 대상 e-mail 발송, 잡지 광고 등으로 약 316억원의 직접적 광고 효과 외에 전세계 맨유 팬에 대한 서울의 브랜드 인지도 및 호감도를 높이는 간접적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설명을 보면 다른 도시에 있는 프로축구팀 홈구장 광고를 통해 자기 도시 인지도를 높이겠다는, 보통 자치단체가 생각하기 어려운 참으로 기발한 착상임을 알 수 있다. 아마도 그 경기장이 보통 경기장이 아니라고 세인이 인정하니까 시도한 사업일 것이다. 또 기대대로 된다면 거기에 들어간 비용 중 일부를 세금으로 부담했을 대다수 서울시민이 박수를 보내지 않을 리 없다. 다만 서울을 연고지로 하는 구단과 서울시민 팬들의 심정도 충분히 생각한 뒤 내린 결정이길 바란다. 안정적인 경기장 확보 및 장기임대 등의 숙원사업을 안고 있는 서울 연고 구단은 외국도시 구단에 대한 서울시의 핑크빛 구애행각에 속이 쓰리겠지만 벙어리 냉가슴 앓듯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다. 서울시장의 한마디에 천하의 국회의원도 쩔쩔매는 판에 괜히 나섰다가 불똥이 다른 데로 튀어 소탐대실할까 봐서다. 그런데 팬들은 다르다. 이것저것 안 따지고 좋아하는 팀이면 맹목적으로 사랑하는 특성에다 투표권이 있고 세금도 내는, 비록 명목상일 수 있지만, 시장(市長)과는 ‘갑’의 위치에 있는 시민들이 지역구단 팬이기에 구단과는 다른 입장에 설 수 있다는 뜻이다. 사실 우리 귀에 익은 인지도 높은 도시의 자치단체장들이 지역스포츠 팬을 무시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기도 하다. 서울도 6개의 서울 연고 구단 표가 매년 200만장 가량 팔리는 것을 보면 스포츠 팬 숫자가 만만치 않다. 내가 걱정할 일은 전혀 아니지만 서울 구단 팬들이 “조강지처를 홀대한다”는 인상을 받으면 “조강지처 우대”를 표방하는 쪽으로 변심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충분히 고려한 결정이기를 바란다. 서울 팬 중에는 맨유 팬들이 맨유를 추종하는 강도에 전혀 뒤지지 않을 만큼 서울 팀을 맹목적으로 좋아하는 팬들도 많기 때문에 드는 쓸데없는 걱정이다. 정희윤 스포츠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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