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은기자의가을이야기]두산김현수와가족의힘

입력 2008-10-1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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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기장지켜주신부모님이제불방망이로효도할게요”
두산 김현수의 아버지 김진경(58) 씨는 플레이오프 1·2차전을 모두 잠실구장에서 지켜봤습니다. 혼자가 아닙니다. 어머니 이복자(56) 씨, 그리고 누나 미선(30) 씨와 형 명수(28) 씨 가족도 함께 왔습니다. 김현수가 “인형 같다”고 예뻐하는 조카들은 푸른 잔디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삼촌이 나오는 순간만을 기다립니다. 김현수는 집안의 늦둥이입니다. 바로 위 형과 여덟 살 차이가 나거든요. 그만큼 어릴 때부터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습니다. 밝고 낙천적인 성격은 화목한 가족이 만들어준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스스로도 “우리 가족은 모두가 친구처럼 지내요”라고 어깨를 으쓱하곤 합니다. 경찰공무원으로 퇴직한 김 씨가 아들을 매일 야구장에 출퇴근 시켜준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얘깁니다. 현수를 내려준 뒤 아내와 함께 야구를 보는 게 김 씨의 일과 중 하납니다. 그런데 특이한 게 있습니다. 김 씨는 매 경기 꼬박꼬박 입장권을 삽니다. 선수 가족이라면 구단에 공짜 입장권을 부탁할 만도 한데, 김 씨는 꼭 돈을 치릅니다. 이유를 물었더니 “팬들의 몫인데 내가 마음대로 쓸 수는 없지요”라고 대답합니다. 예전부터 야구를 좋아했고, “난 아들 때문이 아니라 야구를 보러 오기 때문에” 그래야 한답니다. 사실 김 씨는 LG 팬이었습니다. 전신 MBC 때부터 오랫동안 그랬습니다. 하지만 2006년부터 두산으로 ‘변심’했습니다. “아들이 두산에 취직했으니 별 수 있습니까. 허허.” 앉아있던 자리도 절묘합니다. 오른쪽 외야 벽에 커다랗게 붙은 ‘최강두산’ 글자. 그 중 ‘두’자 바로 아래가 김현수 가족의 사랑방입니다. 모두가 야구를 좋아하는 김현수 가족에게도 올해는 꿈만 같은 해입니다. “현수가 이만큼 온 것만으로도 너무 기쁘지요. 장효조 같은 선수들과 현수가 비교되다니…. 상상도 못했던 일이에요.” 그래도 집에서는 야구의 ‘ㅇ’자도 꺼내지 않습니다. 김현수가 집에서라도 편히 쉴 수 있게 해주려는 가족의 배려입니다. 아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아버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는 신경을 많이 쓰기 시작하면 뭘 잘 못해요. 여기저기서 워낙 우리 현수를 치켜세우니 자신도 부담이 심한가봐요. 복잡하게 이것저것 계산하지 말고, 그냥 편안하게 평소처럼 해줬으면 좋겠어요.” 앞장서 현관문을 나서는 아들을 바라보며 김 씨는 속으로 이렇게 빌었습니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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