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실“딱마흔살까지만살고싶다”

입력 2008-10-1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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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시사·교양 프로그램 ‘MBC 스페셜’이 시대의 아이콘 최진실(1968~2008)의 20년 연기 생활을 조명했다. 톱스타로 살았지만 외로움을 숙명처럼 안고 지냈던 그녀의 가슴 아픈 사연이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렸다. 17일 방송된 ‘MBC 스페셜’이 최진실 편을 방송했다. 드라마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 ‘장밋빛 인생’, ‘별은 내 가슴에’, ‘그대 그리고 나’라는 타이틀로 그녀의 40년 생애를 압축했다. 최진실의 주변인들이 생전 고인의 모습을 기억했다. 20년 연기 생활이 증명하듯 최진실의 작품들은 셀 수 없이 많다. ‘질투’(1992), ‘폭풍의 계절’(1993), ‘별은 내 가슴에’(1997) 등 90년대 작품부터 최근작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2008)까지 다 보려면 꼬박 1년이 부족할 정도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 ‘편지’ 등 영화와 CF에서도 반짝반짝 빛났다. ‘MBC 스페셜’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 최진실의 죽음을 더욱 안타깝게 만들었다. 드라마 속 대사 하나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얼마나 많은 자료들을 더듬었는가를 가늠하게 했다. 드라마 ‘폭풍의 계절’에서 최진실은 “딱 마흔살까지만 살고 싶다. 추하게 늙기 싫고”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짧고 굵게 멋지게 살다가 가고 싶다는 고백이다. 극중 대사라지만 40세에 세상과 이별한 그녀의 실제 모습과 너무도 닮아 있다. 불치병에 걸려 아이들을 보내야 했던 드라마 ‘장밋빛 인생’(2005)에서도 최진실이 남기는 메시지를 찾아냈다. “말도 못하고 가버리면 어떡해. 잠들었다가 영영 눈을 못 뜨게 될까봐 겁이 나. 이러다 어느 샌가 정신이라도 놓게 되면 어떡해”란 슬픔이다. “엄마가 말도 안하고 가고 없는데 그 황당함, 그 배신감…. 그걸 어떻게 말로 다 하겠어. 난 우리 애들한테 그런 배신감 주는 거 싫어”라는 대사도 실제와 닮아 있다. “혼자 가서 미안하단 말은 안하려고. 이렇게 떠나지만 다 행복했어”라며 눈을 감는다. 영화 ‘고스트 맘마’(1996)도 마찬가지다. “엄마가 우리 다빈이한테 나쁜 기억만 심어주고 가는구나. 미안해 아가야…”라는 영혼의 메시지다. “잘될거야. 안녕” 하며 뒤돌아서는 모습은 슬로 모션으로 연출했다. 과거 인터뷰 장면에서는 최진실이 느꼈을 고충을 전했다. 다큐멘터리 ‘인간시대’가 비춘 최진실의 모습에서는 화려함 속에 감춰진 남모를 슬픔이 드러났다. “잘 해나가야 되는데 그것도 걱정돼. 그게 그렇게 꼭대기에 있다 내려가는 그 아픔은 아무도 몰라. 난 너무 속상해. (사람들이 자신을 물건화 하는 게 속상하다고 하면서) 자기들이 그런 입장이 되면 자기네들도 분명히 속상할 거야. 그리고 나도 자기들하고 똑같은 그런 감정을 갖고 있는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 막 분명히 나도, 내 귀로 다 들리거든 그런데 여기서 막 그런 소리를 해.” MBC TV ‘섹션TV 연예통신’과의 인터뷰(1999)에서도 쓸쓸함과 외로움을 내비쳤다. “가을은요, 여름에도 저 사실은 무지 쓸쓸하고 외롭거든요. 근데 가을되면 정말 죽고 싶어요. 저 나름대로 혼자 있을 때는 많이 외롭고 그래요. 촬영 끝나고 막상 집에 들어가면 아 혼자라는 느낌 자체가 그렇게 좋지만은 않더라고요. 막상 누구한테 전화를 하고 싶어도 딱 떠오르는 사람 없고 그때 정말 외롭다는 느낌 들어요.” MBC TV ‘황금어장-무릎팍 도사’(2008)에 출연해서도 같은 얘기를 반복했다. “너무 외로웠어요. 20년 동안 외로웠던 것 같아요. 사실은 새벽에 혼자 울 때도 많아요.” 그녀의 드라마 속 대사들은 현실과도 닮아버렸다. 아이들을 두고 먼저 떠난 엄마 최진실, 가을에 특히 외로움을 탔던 최진실은 실제로도 10월의 어느 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자녀들을 두고 먼저 떠난 어머니 최진실은 “난 우리 애들한테 배신감 주는 거 싫어”라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었지만, “미안해 아가야…”란 대사가 현실이 돼버렸다. “20년 동안 외로웠다”는 최진실이다. 후배 송윤아(35)는 “댓글을 통해서 제가 많이 힘들어 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진실이 언니가 먼저 전화를 해 줬어요. 네가 아무 말 하지 않아도 언니는 다 아니까 힘들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저보고 그러더라고요. 인터넷도 하지 말고 댓글도 보지 말고 그냥 열심히 지금 드라마 하는 거 촬영하면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이 다 너의 진실을 알아줄 날이 올 거라고”라고 증언했다. 최진실의 슬픈 부분만 의도적으로 프레임 인한 부분은 분명히 있다. 수십 편의 출연작 중 일부분만 발췌, 현실과 닮은 구석들만 보여줬다는 추측도 가능하다. “남들을 행복하게 해 주면서도 정작 자신은 행복해지는 법을 몰랐다”는 결론이다. 그러나 다큐멘터리가 도려낸 그녀의 긴 외로움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인기에 대한 강박, 대중의 따가운 시선으로 힘든 나날을 보냈다는 사실도 새삼 입증명다. 90년대 책받침 속 단골 주인공이었던 청춘스타 최진실은 이제 없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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