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강행군촬영장②]미니시리즈PD의속앓이

입력 2008-10-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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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샘작가30분재우고깨울땐수험생엄마된듯”
“15부 대본, 오늘밤 안에 돼요. 오늘을 안 넘긴다고 했어요.” 휴대전화를 끊는 문 모 PD의 표정이 사뭇 비장하다. 그는 현재 방영 중인 한 미니시리즈의 기획총괄. 기자와 만나는 잠깐 동안에도 작가들이 작업 중인 방송국과 스태프들이 뛰고 있는 현장 사이를 조율하느라 전화기를 손에서 떼놓지 못했다. 밤샘작업하는 작가의 고충과 신경이 곤두선 현장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는 중간자 역할인 셈이다. 문 PD가 맡은 드라마는 방송에 앞서 대본이 한 주 정도 먼저 나오지만 지방 야외신, 액션신이 많아 A, B팀으로 제작진을 나눠찍어도 생방송 촬영을 하는 것과 거의 다름없다. 그는 평소 작가실에 상주하며 대본이 완성될 때마다 전화로 이를 현장에 전달하고, 촬영을 준비시킨다. 한 부 대본이 완성되면 일단 이메일로 먼저 보낸 뒤 인쇄소에서 제본이 되는 대로 지방 촬영장에 신속하게 내려보낸다. 대본이 언제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인쇄 대기를 사정하는 것도 문 PD의 업무 중 하나다. 문 PD는 “밤샘작업에 녹초가 된 작가가 30분 뒤에 깨워달라고 요청할 때는 마치 수험생 엄마가 된 느낌”이라며 “조금 더 자게 놔두고 싶어도 현장에서 대본을 기다리는 스태프들을 생각하며 깨워야 한다”고 했다. 대본을 기다리는 현장의 다급한 사정을 너무 잘 아는 그는 “현장 연출자들은 수십km 떨어진 촬영장에 갈 시간이 없으면 촬영이 적당한 인근의 공간을 찾을 수밖에 없다. 반대로 이미 다른 장소로 이동했는데 다음 대본에 다시 해당 장면이 등장해 난감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많은 이들이 ‘생방송 드라마’의 대안으로 거론해온 사전제작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이미 현장에서는 사전제작 드라마 SBS ‘사랑해’, ‘비천무’의 극심한 실패 이후 반(半)사전제작 드라마 형식을 선호하는 상황이다. 문 PD는 제작 자본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을 사전제작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으로 꼽았다. “미니시리즈 전체 분량을 미리 찍을 수 있는 여윳돈을 가진 제작사나 방송사는 없다. 한 부 한 부 찍어가며 충당하는 실정이다”고 문 PD는 말한다. 그 역시 사전제작제가 꼭 정답은 아니라고 말한다.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생겨나는 변수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함이다. 생각지 못한 캐릭터가 호응을 받는다든지, 스토리의 변화가 필요할 때 순발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문 PD는 “시청률, 광고점유율 등 때문에 70분∼80분 드라마를 일주일에 두 편씩 찍어야 하는 것 자체가 큰 압박”이라면서 “건강한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서는 편수를 줄이거나 60분 분량 정도로 방송 시간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다”고 말했다. 이유나 기자 ly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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