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씽스페셜]들키면死因…빅경기사인,그때그때달라요

입력 2008-10-2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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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시즌에는 특별한 뭔가가 있다. 특히 한국시리즈라면 더욱 그렇다. 팬들도 기대감에 긴장하고 흥분하지만 그라운드에서 직접 뛰는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도 페넌트레이스와 전혀 다른 마음가짐과 준비로 한국시리즈를 맞는다. ○ 사인을 바꾼다 포스트시즌에서 각 팀들은 페넌트레이스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사인체계를 준비한다. 상대에게 간파당하면 패배로 가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팀마다 다르지만 보통 3종류의 사인체계가 마련된다. 경기 전 “1번”이라고 통일하면 그 약속에 따라 감독, 코치, 선수가 사인을 주고받는다. 그렇다면 사인은 언제 바뀔까. 이닝이 바뀔 때, 혹은 이닝 도중이라도 상대에게 사인이 들킨 느낌이 들면 ‘2번’으로 바꾸게 된다. 사인교체 주기도 정규시즌과는 달라진다. 이 외에 사인을 바꾸는 경우도 있다. SK 이광길 3루코치는 “선수들에게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해 일부러 사인을 바꿀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적절한 긴장감은 집중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 작전을 준비하라 가끔 포스트시즌에서는 기발한 작전이 개발돼 경기흐름을 완전히 바꾸기도 한다. 효용성이 입증되면 그 작전은 유행을 타기도 한다. 1995년 한국시리즈 우승팀 두산의 김인식 감독이 만들어낸 ‘위장 스퀴즈 번트’는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이 작전은 무사 또는 1사 주자 1·3루에서 타자가 스퀴즈번트를 하는 시늉을 하다 일부러 배트에 공을 맞히지 않고, 3루주자는 순간적으로 홈으로 스타트를 끊는 듯하다 귀루한다. 포수가 3루주자를 주시하는 사이 1루주자가 2루까지 안전하게 진루하는 것이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는 어떤 기발한 작전이 펼쳐질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 오히려 심플하게 큰 경기일수록 사인체계가 복잡할 것 같지만 오히려 더욱 간단하게 만든다. 이광길 코치는 “너무 복잡한 사인을 만들면 오히려 우리 선수들이 잘못 이해해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실수의 여지가 없는 약속된 사인이 필요하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4회 1사후 1루주자 이진영이 도루를 시도하다 아웃돼 기회가 무산됐다. 당시 김성근 감독은 “코를 만지면 도루사인이었는데 감기 때문에 콧물이 나와 나도 모르게 손으로 코를 훔쳤더니 3루코치가 사인을 받아들였다”고 실토하기도 했다. 작전 역시 준비는 하지만 잘못 쓰면 독이 되기도 한다. 확실하지 않으면 기발한 작전을 쓰기가 어려운 이유다. 26일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SK는 1-1로 맞선 5회말 1사 1·3루의 찬스에서 두산 선발투수 맷 랜들의 견제구에 조동화가 런다운에 걸리면서 찬스를 무산시켰다. 1점이 필요할 때 1루주자가 일부러 런다운에 걸리며 덫을 친 사이 3루주가 홈을 파는 준비된 작전을 쓸 수도 있지만 경기 중반이어서 타이밍이 아니었다. 김성근 감독은 경기 후 “벤치가 사인을 주든 안주든 그 상황에서 주루사 당하는 건 무조건 주자책임이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큰 경기일수록 사인과 작전은 오히려 심플하고, 기본기가 더 중요한 셈이다. 문학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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