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강의 마지막 판이다. 이세돌과 유창혁. 신구 공격수끼리 만났다.
두 사람은 닮은 듯 많이 다르다.
양자 모두 천재형이지만 그 드러나는 바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전성기 시절의 유창혁 바둑은 화사하고 아름다웠다. ‘오직 승부!’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한 마디로 품격이 있었고, 천재적인 단아함이 묻어났다.
반면 이세돌은 화사하지도 아름답지도 않다. 그러나 종일 갈아댄 칼날처럼 날카롭다. 머리카락을 떨어뜨리면 순식간에 반 토막이 날 것이다. 유창혁의 행마가 무술고수의 품세를 보는 듯하다면, 이세돌은 복서의 섀도복싱과 비슷하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실전적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견이 없다. ‘모 아니면 도’식의 대마사냥보다는 상대의 아픈 급소만 골라 짚어 가는 ‘난이도 10’의 지능형 공격에 능하다는 점도 닮았다.
<실전> 흑2가 불만. 이런 데서의 모양이지만 중요한 수순이 하나 빠졌다.
<해설1> 흑1로 먼저 치받아두는 것이 수순이다. 이래야 약점이 없다.
<실전>은 그냥 흑2로 가는 바람에 백에게 3으로 치중을 당하고 말았다.
흑의 눈앞에 지옥이 펼쳐졌다.
흑은 <실전>처럼 4로 막을 수밖에 없다. 백은 5로 늘어 슬슬 사석작전을 펼칠 준비를 한다.
백9·11를 두어 기왕에 버린 백 두 점의 값을 최대한 받아냈다. 이 두 수로 백의 외곽이 깔끔해졌다. 반대로 흑은 백 두 점을 먹고 체했다.
1라운드에서는 유창혁의 ‘미학적 공격’이 선점을 올렸다.
그러나 상대는 이세돌. 다음 라운드에서 좀 더 치밀하면서도, 좀 더 사악한 반격을 준비할 것이다.
이세돌을 상대로 한숨을 놓는다는 것은, 잘 벼려진 비수 앞에서 맨 가슴팍을 드러내는 것과 같다.
전성기의 유창혁이라 해도 그런 모험은 무모하다.
해설｜김영삼 8단 1974yskim@hanmail.net
글｜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