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기자의音談패설]첼리스트장한나“300년전비발디를현재로초대했죠”

입력 2008-10-28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올 가을, 첼리스트 장한나의 선택은 ‘바로크’다. 그녀는 새 음반 ‘비발디 첼로협주곡집’을 가슴 앞에 모아들고, 런던체임버오케스트라와 함께 가을의 낙엽 길을 걸을 생각이다. 27일 오전 11시,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다녀왔다. 무대 밖에서 본 그녀는 놀랄 정도로 발랄했고, 지적이었으며, 말을 잘했다. 지금까지 만나 본 아티스트들 중 그녀가 최고의 연주자라는 데에는 고민이 있겠지만, 최고의 달변가라는 점에는 숨도 쉬지 않고 방점을 찍을 수 있다. 무뚝뚝하고 멋대가리 없는 기자들 사이에서 그녀는 시종 또렷한 목소리로, 특유의 논리를 거침없이 풀어헤쳤다. 중간 중간 “아하하하!”하는 웃음은 얼마나 호탕하던지. 장한나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연 이후 가장 ‘맛있게’ 웃는 음악인이었다. 최근 MBC-TV 드라마 ‘베토벤바이러스’ 강마에의 어록이 화제다. 그런데 이날 장한나의 어록도 만만치 않았다. 강마에의 어록이 노련한 작가의 조탁물이라면, 장한나 어록은 100% 그녀만의 순수 추출물이다. 기자간담회에서 건진 장한나 어록들을 소개한다. ● 장한나 말·말·말 □1 “첼리스트가 아니라 음악가로 불리고 싶다. 여자 음악가 장한나가 아니라 그냥 음악가 장한나로.” □2 “음악가란? 음악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 감동을 줄 수 있다면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3“(비발디 협주곡 앨범의 콘셉트에 대해) 300년 전의 비발디를 21세기로 데려 오고 싶었다.” □4 “악보는 작곡가로 가는 지도. A에서 B로 가는 지도지만 가다 보면 비가 올 수도 있고, 사막이 나타날 수도 있고, 강을 만날 수도 있다. 연주자들은 지도에는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것들을 찾아내야 하는 사람들이다.” □5 “적어도 곡을 해석하는 동안만큼은 연주자에게 있어 작곡가는 신이다. 악보를 하늘처럼 떠받들고 숭배해야 한다. (10살 때 첫 레슨에서 첼로의 거장 미샤 마이스키가)” □6 “음악은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지만, 내 전부가 되는 것은 싫다.” □7 “나는 ‘하고 싶은 일’이 언제나 일의 1순위이다.” □8 “DH 로렌스를 읽고 비로소 사랑의 정체를 알았다. 책장을 덮자 결혼하고 싶지 않아졌다.” □9 “(클래식 음악을 쉽게 접하는 방법에 대해) 친구를 사귀듯 듣기. 조금씩 알아가면서 정이 들게 된다. 하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잘 때 틀어놓는 것이다. 틀어놓고 아무 부담 없이 누우시길.” 장한나&런던체임버오케스트라 전국투어 일정 11월 3일(월) 오후 7:30 구미시 문화예술회관 11월 4일(화) 오후 7:30 통영시민문화회관 11월 5일(수) 오후 8:00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11월 7일(금) 오후 7:30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11월 8일(토) 오후 5:00 의정부예술의전당 11월 9일(일) 오후 8:00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