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는생중계?…2초늦은‘녹화중계’!

입력 2008-10-3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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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9대동시체크,화면골라골라…중계차서방송국찍고TV도착딱2초
사랑은 비를 타고 오고, 야구 선수들은 전파를 타고 온다! 홈런이 터지면 경기장에 있는 관중은 즉시 홈런볼 세례를 받지만, 안방에서 TV 중계를 보는 사람은 미세한 시간차로 뒤늦게 현장을 본다. 현장에서 잡힌 화면과 방 안에서 보는 화면 사이에는 1∼2초 정도의 시간차가 발생한다. 큰 경기가 있을 때 아파트 단지마다 “와!”하는 환호성 소리가 시차를 두고 돌림노래처럼 발생할 때가 있는데, 바로 이 때문이다. 그라운드의 야구 선수들을 TV에서 만날 때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될까? ○ 구장 옆 주차된 중계차, 그 안에선 무슨 일이? 방송용 중계차는 장비를 설치할 수 있는 전원이나 케이블 망이 연결된 자리에 주차된다. 전력공급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어떤 방송사라도 똑같은 곳에 주차한다. 중계차는 이동용 방송사나 마찬가지라 엄청 고가의 장비다. 그 안에는 PD 3명과 오디오·영상을 담당한 기술진, 기술 감독이 타고 있다. 이들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화면을 만들어 방송사 부조정실로 보내는 일을 한다. 메인 PD는 약 9개의 카메라가 곳곳에서 담은 장면들을 동시에 모니터하면서, 장면 장면을 고르고 잇는다. 이것을 ‘컷팅’이라고 한다. 1번, 3번, 9번 등 다른 카메라 화면을 조정하며 책장 넘기듯, 화면을 넘긴다. 이 때 오디오· 영상을 담당하는 스태프들은 오디오 레벨과 화면색이 이전의 장면과 이어지도록 조절한다. 예를 들면 관중 응원석을 보여줄 때는 함성을 조금 높여주고, 빛의 각도와 그림자에 따라 달라진 화면은 전 화면과 같게 보정하는 식이다. 시청자들이 가장 궁금한 ‘다시보기’ 슬로화면이나 ‘하이라이트’ 화면은 2명의 서브 PD 몫이다. LSM(Live Slow Motion)이라는 장비를 통해 중요 화면을 실시간으로 잡아두고 메인 피디와 짝을 이뤄 내보낸다. LSM 장비는 동그란 버튼을 돌리고 네모난 버튼을 누르는 식으로 작동이 이뤄지는데, 그 손놀림이 매우 현란하고, 처음 보는 사람은 게임을 보듯 신기할 수도 있다. 메인 PD가 9개의 화면을 동시에 체크하고 컷팅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생방송 PD들은 눈이 나빠지기 쉬운데, 그 이유는 작은 화면을 동시에 예리하게 보기 때문이다.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중계차 안의 스태프, 방송사 안의 스태프, 구장 안 스태프 등 모든 사람과 사인을 주고받으며 얘기를 한다. 정신없이 산만한 가운데서도 집중력이 강해야 하는 멀티 업무다. ○ 부조정실과 주조정실을 통해 집 안으로∼ 중계차에서 망을 통해서 보내준 화면은 다시 방송사 내 스튜디오의 ‘부조정실’에 전달된다. 생(生)화면에 CG와 SBO(아웃 불카운트) 등의 ‘코다’와 이닝 사이의 광고를 더해 주조정실로 전달하게 된다. 스튜디오에서도 진행 PD 2명과 영상· 오디오, 기술 감독이 화면을 책임지고 있다. 케이블의 경우에는 야구도 재방송이 많기 때문에 녹화물을 만들고 있다고 보면 된다. 주조정실에 도착한 화면은 다시 KT 등의 광라인을 타고 지역 케이블 사업자 SO 방송국으로 갔다가 집으로 온다. 지상파는 공중에 떠다니는 공공재산으로, 남산 중계소에서 전파를 쏘면 그걸 받아서 텔레비전으로 보는 것이다. 아무래도 무선보다 유선이 화질이 좋기 때문에, 요새는 대부분 지역 SO를 거친 케이블로 지상파 TV를 본다. 나머지 케이블이 안 들어가는 곳은 위성을 통해 시청한다. 예전처럼 따로 안테나를 달아서 지상파를 보는 사람은 이젠 거의 없는 시대다. 곳곳에서 인터넷으로 야구를 보는 네티즌도 많은데, 이때는 TV보다 더 늦게 도착한 화면을 본다. 방송국 주조정실에서 따로 인터넷 전송을 위한 코덱을 깐 뒤, 인터넷 포맷에 맞게 보내주는 것이다. 방송국 주조정실에서 포털사이트 주조정실로 보내고 웹사이트에 노출하는 것! 특히 주조정실에서 다른 곳으로 가게 될 경우 장거리 전송에 맞게 신호가 변경돼 망을 거친다. 비유하자면 ‘버스’를 탄다고 가정할 때, 장거리 버스에 탄 선수들이, 가다가 사고가 생길 수 있으니, 예방을 위한 코드를 삽입해 보내는 것이다. 이를 ‘엔코더’라고 한다. 수신은 ‘디코더’로 하는데, 오류정정코드 작업이 함께 진행된다. 오류정정코드는 버스를 타다가 이상이 생긴 선수에게 약을 건네주는 것과 같다. 이렇게 인터넷에 노출되기 쉬운 포맷으로 변경하느라, 그 과정 때문에 TV 보다 더 뒤에 보게 된다. 여러 사람이 보면, 그만큼 로딩 시간도 느려진다. 잠실 |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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