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다이어리]‘말의달인’이진영공인‘SK대변인’

입력 2008-10-3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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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조웅천할말만하는‘과묵형’
기자는 유통업자에 가깝습니다. 취재원과 독자 사이에 정보를 유통하는 데서 존재의 의의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유통 과정에서 정보의 왜곡, 변질을 피하기 위해 기자는 소위 ‘팩트’에 생명을 겁니다. 그러나 기자는 스토리를 가공(재구성)할 순 있을지언정 자체 생산할 수는 없는 운명입니다. 그것이 소설(픽션)과 저널리즘의 차이겠지요. 결국 좋은 기사를 쓰려면 좋은 취재원을 확보해야겠고, 그러려면 좋은 질문을 준비하고 있어야합니다. 닭과 달걀의 얘기 같지만 좋은 질문이 나오려면 취재원이 얘기할 준비가 돼 있어야겠고요. SK로 범위를 국한시키면 이진영, 정근우 같은 선수들이 좋은 취재원의 마인드를 갖춘 모범 사례에 해당됩니다. 늘 유쾌하고, 질문 의도에 대한 이해도 빠르죠. 특히 이진영 같은 경우는 김성근 감독이 “SK 대변인”이라고 ‘우대’할 정돕니다. 주장 신분도 아닌데 미디어데이에 단골 출석하는 이유도 그래서죠. 이런 선수가 있으면 그 구단의 이미지까지 좋아질 수밖에 없죠. 이에 비해 김재현, 조웅천 등 베테랑은 평소엔 과묵하지만 답변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확실히 할 말을 하는 스타일입니다. 이번 한국시리즈 들어 팀 후배들 사이에 “재현이 형이 일부러 오버하는 것 같다”란 말이 나올 정도로 리더 역할을 자임하고 있지요. 반면 극소수이긴 하지만 ‘나는 야구만 잘 하면 된다’는 주의의 선수도 없진 않습니다. 스포츠이자 비즈니스인 프로야구의 속성에 무지한 케이스죠. 또 팀마다 문화가 약간씩 다른데 젊은 선수들도 자기표현을 자유롭게 꺼내는 두산 같은 팀이 있는가 하면 위계질서가 엄격해 후배들이 선뜻 못 나서는 구단도 있습니다. 대체로 어느 팀이나 코치는 잘 나서지 않지만 SK 김성근 감독, 한화 김인식 감독처럼 거장이 몸담고 있는 구단은 이런 성향이 더 강합니다. SK 이만수 코치 기사를 읽기 힘든 이유도 그래서입니다. 이밖에 팀 분위기나 선수 개인 사정(FA를 앞두고 있다든지)에 따라 인터뷰 농도가 변할 수 있다는 점을 행간을 읽는 독자라면 감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잠실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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