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여동생문근영·김연아‘온도차’

입력 2008-11-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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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외모에 실력까지 겸비해야 모름지기 ‘국민 여동생’이 될 수 있다. 아역들 사이에서 낭중지추 연기력을 선보였던 문근영(21), 주니어를 뛰어넘고 시니어들 사이에서도 최고의 기량을 선보인 김연아(18)가 전·현직 국민 여동생들이다. ‘국민 여동생’은 나이 만큼이나 주관적인 애칭이다. 청소년이나 소아들의 관점을 배제한 지극히 성인 위주의 낱말 조합이다. 가수 비(26)가 꿈꾸는 ‘월드스타’ 만큼이나 기준도 명확지 않다. 절대적 기준 ‘국민’과 상대적 호칭인 ‘여동생’이 결합하면서 역설적인 신조어가 탄생했다. 통상적인 기준은 있다. 20대가 되면 자연스럽게 털어내야 하는 게 일반적이다. 초대 국민여동생 문근영 역시 대학 입학과 동시에 국민여동생을 졸업했다. 문근영의 공석으로 너도나도 국민여동생을 자처하는 시절도 있었다. 피겨 천재소녀 김연아가 혼란을 평정했다. 국내 인기로 국민여동생이 된 문근영과 달리 김연아는 국위선양을 통해 국민여동생이 됐다. 국민여동생보다 생명력이 더 긴 ‘피겨요정’이라는 수식어까지 덩달아 얻었다. 그러나 두 전·현직 국민여동생은 같으면서도 다른 행보를 걷고 있다. 대학 입시 과정에서 ‘특혜’가 작용했다는 객관적인 상황에서도 국민들의 주관적인 평가는 엇갈린다. 대입 특혜 논란이 일었던 문근영과 달리, 김연아의 특혜 입학은 누구도 문제삼지 않는 분위기다. 문근영은 국민여동생 시절 귀여운 용모에 연기도 잘하는데 알고 보니 공부도 으뜸이라는 이미지로 여겨졌다. “수능 봐서 대학 가겠어요”라는 선언은 그녀의 긍정적 이미지에 펌프질을 했다. 드라마 ‘가을 동화’로 부상, 영화 ‘어린 신부’에서 절정을 이뤘다. 하지만 문근영은 대입 특혜를 통해 성균관대에 진학했다. 공동 시험장이 아닌 단독 시험장에서 수능을 치렀고, 수능으로 대학에 가겠다던 약속까지 깨뜨렸다. 연극영화과가 아닌 국문학과에 진학, 특혜에 변칙 입학 논란까지 불렀다. 3년이 다 된 일이지만 여전히 문근영에게는 주홍글씨와 같은 사건이다. 김연아가 누린 특혜에 비하면 문근영의 경우는 약소한 편이다. 국제빙상연맹 피겨스케이팅 경기 참가 관계로 수시 면접을 보지 못하게 되자 고려대는 김연아를 위해 학칙까지 변경했다. 화상 면접이라는 이례적인 면접 방식으로 ‘김연아를 위한 시험’을 마련했다. 시험과 면접은 김연아를 합격시키기 위한 절차였을 뿐이라는 추측은 당연했다. 김연아는 고려대 예비 새내기다. 그런데 김연아는 축하 받고 있다. 특혜, 변칙이 문근영과 다를 게 없는데도 김연아를 향해 손가락질 하는 이가 없다. 피겨 실력으로 얻은 명예를 허투루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기추천제를 통해 국문학과에 진학한 문근영의 논리를 이해하지 못했던 남녀들도, 아이스링크가 갖춰져 있는 고려대를 선택했다는 김연아의 설명에는 모두가 납득했다. 문근영, 김연아의 국민여동생 졸업 과정을 국민이 집중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대학 입시, 입대 문제는 한국인들이 집중하고 발끈하는 이슈들이다. 수험생 시절을 겪은 남녀들, 군대에 다녀온 병장 출신 남자들이 이슈를 양산하는 네티즌들의 초 과반수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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