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농구49연승믿어도되나?

입력 2008-11-05 18: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중앙대가 49연승을 기록, 고려대가 보유했다고 알려진 최다연승과 타이를 이룬 가운데 대학농구에서의 연승 개념과 이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중앙대는 올 시즌 2개 대회(연맹 1차대회, 종별대회)에 불참해 순수한 연승으로 볼 수 있느냐에 대한 문제를 던졌고, 고려대는 지난 70년 후반에 세웠다는 49연승의 진위 여부에 의문을 남겼다. 하지만 어떤 농구인도 대학농구에서의 연승에 대한 개념과 기준을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대학농구연맹, "중앙대 연승, 인정못해" 중앙대는 5일 경기도 용인 명지대체육관에서 벌어진 제45회 전국대학농구연맹전 2차 대회 성균관대와의 경기에서 94-72로 승리, 연승행진을 ´49´로 늘렸다. 고려대가 보유한 49연승과 타이기록이다. 그러나 대학농구연맹은 중앙대의 연승 기록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학농구연맹의 한 관계자는 "중앙대가 팀 사정을 이유로 연맹 1차대회와 종별대회에 참가하지 않았다"며 "2개 대회나 거른 팀의 연승기록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동안 중앙대는 ´주전 센터 오세근이 베이징올림픽 최종예선 대표팀에 발탁돼, 그의 공백으로 연승 행진이 끝날 것을 우려한 나머지 고의적으로 대회에 참가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농구계로부터 받아 왔다. 2개 대회 불참에 관한 속사정은 중앙대만 알고 있다. 한 유명 농구 인사는 "대회에 참가하지 않았다고 연승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중앙대 김상준 감독(39)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어차피 연맹에서 연승을 통계내는 것도 아니다"며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모습이었다. 꺼림칙하지만 대학농구연맹에서 중앙대의 연승 기록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이기에 잠정적으로 종전 고려대가 세웠던 최다 49연승은 유지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연승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음은 분명한 사실이고 대회 불참의 고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근거가 없는 한 연맹의 입장은 정당화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고려대가 세운 49연승은 정확하나? 고려대가 연승을 달렸다고 알려진 1977년부터 1979년까지의 대한농구협회 기록지와 고려대 연승기록 을 보면, 고려대의 49연승에도 문제가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엄밀히 말해 49연승이 아니라는 것. 대한농구협회의 공식 경기를 기준으로 볼 때 1977년 11월12일 벌어진 추계연맹전 단국대와의 경기에서 77-66 승리를 거두며 고려대의 연승은 시작됐고 1979년 7월16일 제8회 대통령배대회 해군과의 경기에서 91-93으로 패배, 49연승 행진을 마감했다. 이 기간 중 치른 연세대와의 정기전, 친선경기의 성적을 뺄 경우, 고려대의 연승은 44연승이 된다. 친선경기의 전적이 연승에 포함됐던 것. 설령 친선경기의 성적을 포함한다해도 1978년 연세대와의 정기전에서 70-72로 패한 전적이 있어 고려대의 연승은 성립하지 않는다. 연승 중단은 정기전에 그치지 않는다. 1978년 제59회 전국체전 서울시예선대회 명지대와의 경기에서 나온 기권패와 두 번의 무승부가 있다. 공식 경기를 기준으로 19연승을 달리던 고려대는 1978년 제15회 춘계전국대학농구연맹전에서 연세대와 76-76, 1979년 제16회 춘계대회에서 단국대와 70-70, 2번의 무승부를 기록했다. ▲개념과 기준 없는 ´연승´…´무승부는 연승의 마침표인가, 연결고리인가?´ 당시 선수로 고려대 연승을 이끌었던 현 고려대 임정명 감독(50)은 "상식적으로 농구에 무승부가 있을 수 있느냐"며 "농구협회의 기록이 잘못됐을 것이다. 무승부의 기억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승부가 가려질 때까지 연장전을 가서 승부를 내는 농구에서 과연 무승부가 있었을까? 당시를 기억하고 있는 황보삼남 現KBL 경기기술위원은 "정확히 어떤 경기였는지 기억은 없다. 하지만 당시 토너먼트가 아닌 조별 풀리그일 때, 무승부 제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종천 인천 전자랜드 코치(48)도 "정확히 어느 대회였는지 가물가물하지만 내가 1학년 때, 고려대와 경기에서 무승부를 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박종천 코치는 연세대 78학번으로 고려대가 춘계대회에서 연세대와 무승부를 기록할 1978년 당시, 대학 1학년이었다. 이 밖에도 여러 농구인들은 당시 무승부 제도가 있었다고 기억하고 있다. ´연승 과정에서 나온 무승부를 연승으로 말할 수 있느냐´에 대해선 농구인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신동파 대한농구협회 부회장(64)은 "무승부가 있어도 패한 건 아니기 때문에 무승부 경기를 제외하고 연승으로 셀 수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농구인들은 "무승부면 연승이 끝난 것이라고 봐야 한다. 몇 경기 무패행진이라는 말이 맞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연승 중에 무승부가 있었다면, 고려대의 연승 주장에는 오류가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대해 고려대 체육위원회는 "우리도 농구부가 49연승을 했다는 정도의 사실만 알고 있다. 정확한 자료나 기록은 없다"며 "농구부나 협회, 연맹에 확인해달라"고 답했다. 대학농구연맹도 고려대의 49연승에 대해선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기록이나 자료도 없다. 대한농구협회의 한 관계자는 "그 동안 정확한 기준이 없었다. 앞으로 대학농구에 연승 개념을 도입한다면 최소 전국 규모의 대회를 기준으로 삼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