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아일어나”…‘구라’들이일어났다

입력 2008-11-15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문학은 죽지 않았다. 다만 변할 뿐 ! 최근 문학의 큰 별들이 다른 방식으로 독자들을 찾고 있다. 예상외의 연예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인터넷 집필에 나서는 등 적극적으로 새로운 독자를 만들어낸다. 근엄한 모습보다는 독자에게 친숙하고 유쾌한 모습을 노출하면서, 마치 연예인처럼 팬클럽이 형성되기도 한다. 작가들의 신선한 자구책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독자도 있지만, 작가의 진지한 주제의식이 훼손될까 우려하는 독자도 있다. 특히 이외수와 황석영 등 기성 작가들은 인터넷 시대 새로운 스타로 떠오르며 젊은 팬을 이끌었다. 이외수의 에세이집 ‘하악하악’과 황석영의 성장소설 ‘개밥바라기별’은 꾸준히 베스트셀러 상위권이다. ○온라인을 통한 새로운 독자 창출 황석영 작가는 지난 5월 노벨상 수상 작가 오르한 파묵의 방한 당시, 그와의 대담에서 “젊은 사람들이 종이 신문을 안 본다. 큰일이다”며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걱정했다. 그러나 “책으로 보는 것과 인터넷으로 보는 게 다른 행위이니 젊은 독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1차적으로 접근한다. 책으로서의 문학은 사라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의 판단은 옳았다. 젊은 독자들은 인터넷으로 보고 다시 종이로 돌아온다. 황석영 작가는 네이버블로그(http://blog.naver.com/hkilsan)에 7월까지 연재한 ‘개밥바라기별’을 8월에 다시 책으로 펴냈다. 책이 출간된 지 한 달 만에 11만부가 팔렸다. 인터넷 접근성이 높은 젊은 세대를 책을 직접 구매하는 독자로 확보하게 된 것이다. 반대로 기존의 황석영 독자 중에 기성세대들을 블로그 문화로 끌어오는 역할까지 동시에 했다. 블로그의 누적방문자는 현재 190만 명을 넘어섰다. “문학이 주변부로 밀려났다 하는 것은 일본 평론가나 작가들이 그런 말을 가끔 하는데, 우리는 다른 방법으로 타계를 해야겠죠”라고 말한 황석영의 예상은 적중했다. ‘개밥바라기별’은 작가의 사춘기부터 스물한 살까지의 자전적 소재를 다룬 성장소설이다. 블로그에 소설이 연재되는 동안 네티즌들은 직접 댓글을 달면서 연재물을 볼 수 있었다. ‘개밥바라기별’의 블로그 본문 서비스는 내년 초 다시 공개된다. 11월 말부터 소설가 공지영 역시 6개월 동안 ‘도가니’라는 소설을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에 연재한다. 도가니는 청각 장애인 학교에서 벌어진 집단 성폭력을 소재로 했다. 이 문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약자들의 고통을 다룬 소설이다. 2005년 광주 인화학교에서 벌어진 실제 사건을 작가가 후속 취재하고 작품을 준비한 까닭에, 미리부터 독자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TV·라디오 출연 등 적극적 타 매체 활용 “TV에 얼굴 자주 내민다고. 돈독이 올랐다는 둥 이렇게 표현하는 사람도 있는데… 농사꾼도 가끔 정자에서 막걸리 마시면 안 됩니까? 물고기 잡아서 찌개도 끓여먹고 춤도 덩실덩실 추고 그렇게 살아야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이외수는 자신의 TV 출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MBC 황금어장의 ‘무릎팍도사’와 시트콤 ‘크크섬의 비밀’, 라디오 공개방송 ‘박경림의 별이 빛나는 밤에’, MBC라디오 ‘이외수의 언중유쾌’ 등 독자들이 예상하지 못한 적극적 외출을 시도했다. 인터넷 언어의 맛을 살린 ‘하악하악’은 출간 이후 12주 연속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는 등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작가가 살고 있는 강원도 화천 감성마을에서는 삼겹살 파티나 포크밴드 ‘철가방 프로젝트’의 콘서트가 열리는 등 그의 집은 문화 이벤트의 장소로 제공되기도 했다. 이외수는 독자들과의 자리에서 “화천이 26억을 들여서 이 공간을 지었다. 눈만 돌리면 도시에 ‘시(詩)’가 새겨진 문화로 가득 찬 공간을 만들 거다. 화천은 전국에서 가장 예산이 작은 지차제인데도 불구하고.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성의 다양한 체험을 주기 위해서 모든 공무원들이 일주일 2번씩 온다. 아주 탄복을 한다”고 화천 자랑을 했다. “나도 조금이라도 알리기 위해 열심히 TV에 나가고 치매 걸린 선장 역까지 하면서 노력해도 아직 ‘경기도 화천’ 이라 하는 언론이 있다. 문학뿐만 아니라 화천의 감성적 발전을 위해서 많은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작가의 이색적인 활동은 바로 도서 판매량과 직결된다. 시트콤을 본 뒤에 이외수 책을 찾는 나이 어린 독자들처럼 작가에 익숙해진 뒤 책을 찾는 이외수 고정 독자가 많아졌다. 황석영도 지난 5일 그가 출연한 MBC ‘무릎팍 도사’가 방송된 후, 모든 포털 검색어 순위 1위에 ‘황석영’이 올랐다. ‘개밥바라기별’ 역시 방송 후 2주 간 베스트셀러 1위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저자 조정래 역시 지난 달 KBS ‘아침마당’에 출연해 애처가로서의 모습을 그대로 공개해 주부 시청자들의 화제가 됐다. 작가가 기존의 교양 프로그램 외에 예능,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온라인에서 실시간으로 새로운 독자를 창출하는 등 젊은 감각의 자구책은 계속될 전망이다.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