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스타들의골프스토리]야구·축구계골프광의모든것(상)

입력 2008-11-2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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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계를 들여다보면 반가운 얼굴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쌍방울 투수 출신 프로골퍼 방극천을 비롯해, 골프지도자로 변신한 왕년의 홈런타자 김우열(전 OB), 골프장 사장으로 변신한 이상윤(전 해태) 등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스타들이 현재는 골프인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취미로 시작한 골프지만 이들은 필드에서 새로운 인생의 꽃을 피우고 있다. 과연 스포츠 스타들이 골프를 좋아하는 이유와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야구는 타자보다 투수가 장타… 야구와 골프를 촌수로 따지면 사촌쯤 된다. 장비를(방망이나 클럽) 이용해 공을 쳐내는 것이 똑같은 스윙을 통해 이뤄진다. 다른 건 움직이는 공과 멈춰 있는 공을 친다는 것이다. 야구인들은 “살아 있는 공을 치기 때문에 야구가 더 어렵다”고 하고 골프인들은 “죽은 공을 살려서 치기 때문에 골프가 더 어렵다”고 한다. 야구계에는 내로라하는 골프 실력파들이 많다. 일반인의 예상과는 정반대로 때려서 먹고사는 타자보다는 투수들의 실력이 좀더 뛰어나다. 팔스윙 궤도가 투수쪽이 더 골프에 맞아서다. 현역 선수 중에는 한화 이글스의 송진우가 수준급이다. 2008시즌이 끝나고 지난 10일 가진 야구인 골프모임에서 송진우는 72타의 놀라운 실력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송진우는 한때 투타겸업을 고민할 만큼 배팅에 실력이 있고 선천적으로 공으로 하는 모든 놀이에는 강한 진짜 스포츠맨이다. 비슷한 사례가 LG 김재박 감독이다. 골프 당구 등 둥근 것은 다 잘 친다.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활동 중인 이승엽은 골프를 즐기는 편은 아니다. 구력 5년의 이승엽은 2003년 후원사였던 나이키가 골프시장에 진출하면서 골프클럽을 후원받아 연습을 했다. 삼성의 선동열 감독은 필드에서 장타자로 유명하다. 2005년 나이키골프의 시타 행사에 참가해 아들 골퍼 지망생 민우군과 함께 장타대결을 벌여 화제가 됐다. 파워를 바탕으로 한 선 감독은 드라이버 샷으로 쉽게 300야드를 쉽게 넘기는 장타자다. 선 감독이 티 박스에 서면 동행자들은 아예 고개를 돌린다. 장타를 보면 기가 죽어서 자신의 플레이를 못하기 때문이다. 선 감독의 베스트 스코어는 6언더파로 프로급이다. 320m나 되는 파4홀에서 알바트로스를 기록했을 정도로 야구 기록 못지않은 골프 기록을 갖고 있다. 정든 그라운드를 떠나 아예 골프계에서 둥지를 튼 사람도 많다. 방극천은 2000년 프로테스트에 합격해 플레잉 프로로 활동 중이다. 올해 3개의 정규 대회에서 예선을 통과하는 등 전업에 성공한 케이스다. MBC청룡에서 뛰었던 신언호 배재고 감독도 한때 프로골퍼로 지도자 생활을 겸업했다. 실내 골프연습장을 운영하면서 아마추어 골퍼들을 가르쳤다. LG 코치시절 야구보다 더 골프에 신경 쓴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유백만 전 MBC 감독은 골프 유망주들을 데리고 뉴질랜드나 호주에 나가 합숙을 하며 골프를 지도하는 사업 아이템으로 성공을 거뒀다. 야구인 가운데서 가장 먼저 골프에 입문했고 실력도 프로 이상의 수준이다. 원년 홈런왕 김봉연도 골프하면 빠지지 않는다. 극동대 사회체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지만 틈만 나면 필드에서 몸을 풀며 실력을 키우고 있다. 워낙 실력이 뛰어나 여기저기서 골프채 등을 협찬하겠다는 제안이 들어올 정도다. 현역으로 뛰던 1985년 처음 골프채를 잡았다는 김봉연은 장타이면서도 정교한 쇼트 게임 실력이 뛰어나 싱글 핸디캡의 실력을 자랑한다. 실력과 이론을 겸비해 2006년에는 골프방송에서 잠깐 골프해설가로 변신 했다. 해태시절 김응룡 감독의 눈을 피해 골프를 치느라고 고생을 많이 했다. 당시 김응룡 감독은 골프를 하면 순발력이 떨어진다며 싫어했다. ‘불사조’ 박철순은 골프사업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골프용품 등을 생산하는 알룩스포츠의 대표로 일하고 있다. 참고로 타자 출신은 골프스윙도 야구와 비슷하다. 김성한 전 해태감독은 골프 때도 오리궁둥이 타법을 쓰고 타석에서 땅바닥을 파는 것으로 유명한 조성옥 전 롯데 선수는 어드레스 때 발로 땅을 파다 캐디로부터 주의를 받았다는 얘기도 있다. ○축구는 초보도 골프채만 들면 100파 축구 선수 출신 중에도 골프를 좋아하는 마니아들이 많다. 하체가 튼튼하고 중심이 잘 잡혀 있어 초보라도 골프채만 잡으면 쉽게 100을 돌파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는 일본 J리그 진출 후 골프채를 잡았다. 경기가 없는 휴일을 이용해 골프를 배운 홍명보는 노정윤, 황선홍 등 당시 일본에서 활약하던 선후배들과 함께 골프를 즐겨왔다. 제대로 레슨을 받으며 실력을 키우지는 않았지만 워낙 운동신경이 뛰어난 덕에 필드에 자주 나가지 않으면서도 80∼90대의 스코어를 자랑한다. 노정윤은 축구계에서 알아주는 실력파다. 일본에서 활동하던 시절 골프채를 잡았으니 구력만 20여년 가까이 됐다. 축구인 모임에 나가면 메달리스트를 독차지할 정도로 골프실력이 뛰어나다. 평균 스코어는 70대 중후반. ‘꽁지머리’ 김병지와 하석주, 김도훈, 신태용도 빼 놓을 수 없는 골프광이다. 네 명 모두 70∼80대 초반의 스코어를 기록할 정도다. 감독 중에선 박종환 감독이 첫 손에 꼽힌다. 일흔을 넘긴 나이지만 골프실력은 여전하다. 드라이버샷 평균 비거리가 260야드를 넘는다. 퍼트와 쇼트 게임 실력이 뛰어나 실수가 거의 없는 편이다. 한때는 고 이주일과 남보원, 탤런트 유동근 등과 함께 하루가 멀다 하고 필드에 나가 한 자릿수 핸디캡을 자랑했다. 최근엔 80대 초반의 실력을 자랑한다. 작년 가을 모 아마추어 골프대회에 초청 자격으로 출전했던 박 감독은 최고 스코어인 78타를 쳐 덜컥 메달리스트에 뽑혔다. 30년 구력의 박 감독은 “골프와 축구는 달라 보이지만 같다. 축구에서 공을 멀리 강하게 차기 위해선 임팩트가 중요한데 골프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차범근 감독의 실력도 수준급이다. 싱글 핸디캐퍼라는 게 주변인들의 설명이다. 아들 두리와 함께 아디다스골프의 모델로도 활동했다. 차 감독의 권유로 골프를 시작한 차두리는 아직 초보 수준에 불과하지만 드라이버 비거리가 270야드에 달할 정도로 장타 기질을 보이고 있다. 야구선수 출신들이 호쾌한 장타를 주무기로 화려한 골프를 한다면 축구 스타들은 외유내강형이다. 허정무 국가대표 감독, 조광래 경남 FC 감독 등은 장타자는 아니지만 정교함이 돋보이는 교타자로 알아준다. 허정무 감독은 실전골퍼다. 폼은 별로지만 연습장에서 그 폼을 보고 도전했던 사람들은 맞대결에서 모두 다 KO당했다. “골프에서 놀리기는 있어도 화내기는 없다”며 동행자들을 말로 제압하는 입담도 싱글 수준이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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