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빅4’의수난시대…그이유는?

입력 2008-11-24 14:5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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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빅4’(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첼시, 아스날, 리버풀)가 지난 주말 수난을 겪었다. 맨유는 23일(한국시간) 아스톤빌라와의 리그 13라운드 원정경기에서 대부분의 주전 선수들을 가동시켰지만 결국 골문을 열지 못한 채 0-0 무승부를 거뒀다. 리버풀과 첼시 역시 각각 리그 9위와 리그 17위를 마크하던 풀럼,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헛심공방만 펼친 끝에 득점 없이 비겼다. 특히 아스날은 ‘빅4’ 중 유일하게 승점 1점도 챙기지 못하며 자존심을 크게 구겼다.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에게 0-3으로 참패한 것. 2연패 수렁에 빠진 아스날은 아스톤빌라에게 3위 자리까지 내주며 올 시즌 ‘빅4’ 수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그렇다면 올 시즌 유난히 ‘빅4’가 고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중위권팀들의 전력 상승 가장 큰 이유로 아스톤빌라, 맨시티, 포츠머스 등 중위권팀들의 전력 상승을 꼽을 수 있다. 우선 중위권팀들은 시즌 개막 전 언제나 그래왔듯이 ‘빅4’에게 돌아가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은 포기하더라도 UEFA컵 출전권만큼은 획득하겠다는 일념하에 팀 전력을 끌어 올리는데 노력했다. 그 노력 중 하나는 빅클럽에서 스타 플레이어로 인해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던 선수들을 임대나 이적을 통해 데려와 팀의 부족한 부분을 채웠다. 아스톤빌라는 스티브 시드웰, 브래드 프리델, 루크 영, 니키 쇼레이 등을 영입해 중원과 수비력을 보완했고 맨시티는 중동 ‘오일머니’로 구단 주머니가 두둑해진 덕에 호비뉴, 지오반니, 조, 탈 벤 하임 등 공격과 수비의 전방위적인 보강을 시도했다. 또 러시아 갑부로 구단주가 바뀐 포츠머스도 피터 크라우치, 유네 카불 영입으로 쉽게 승리를 넘볼 수 없는 팀으로 변신했다. ◆ 약체에 덜미 잡히는 ‘빅4’ 스포츠 경기를 보다보면 약체팀이 강팀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 경우를 종종 보게된다. 이는 팬들에게 짜릿함과 신선함을 동시에 선사하지만, 중요한 고비에서 덜미를 잡힌 강팀은 패배의 충격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올 시즌 ‘빅4’ 중 유난히 약체들에게 동네북 창피를 당한 팀은 아스날이다. 리그 2라운드에서 풀럼에게 0-1 석패를 당해 불안함을 노출시킨 아스날은 6라운드에서 헐시티에게 1-2로 무릎을 꿇었다. 게다가 11월 들어서는 최악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 스토크 시티(1-2 패)와 아스톤 빌라(0-2 패)에 이어 맨시티(0-3 패)에게도 무너졌다. 뿐만 아니라 어린 선수들로 구성된 아스날은 최근 윌리암 갈라스의 폭탄발언으로 팀 내 사기도 저하돼 있어 장기간 슬럼프에 빠져들 전망이다. 리버풀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시즌 개막 이후 리그 10경기 무패 행진으로 19년 만에 우승에 강한 의욕을 불태웠던 리버풀은 최하위 토트넘에게 덜미를 잡힌 뒤 또 다시 칼링컵에서 토트넘에게 패하며 고개를 숙였다. 특히 ‘슬로우스타터’ 맨유는 여느 시즌보다 힘겨운 경쟁을 펼치고 있다. 리버풀-첼시와의 승점차를 줄이기 위해선 승리가 절실한 상황이지만 ‘맨유판 판타스틱4’(디미타르 베르바토프-카를로스 테베즈-웨인 루니-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파괴력이 살아나지 않고 있고, 경기의 실마리를 풀어줄 플레이 메이커 부재로 약체들과의 경기마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나마 첼시는 칼링컵에서 챔피언십(2부리그) 번리에게 덜미를 잡혔을 뿐, 리그에서는 10승3무1패(승점33)을 기록해 리버풀에 압도적인 골득실차로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 살인적인 경기 일정 프리미어리그에 소속된 팀들은 리그 38경기를 비롯해 FA컵, 칼링컵 등 한 시즌 적어도 40경기 이상을 치른다. 헌데 챔피언스리그 출전권까지 획득한 ‘빅4’의 경우 예선 3라운드부터 32강 6경기, 16강 6경기 등 주중에 경기를 갖게 된다. 그러나 피곤을 핑계로 주말 리그 경기를 포기하거나 일정을 늦출 수 없다. 이렇다 보니 ‘빅4’ 이외의 팀은 리그 경기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지는 반면 자연스레 ‘빅4’의 집중력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또 아무리 강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후보선수들이 투입될 경우 조직력이 느슨해지기 마련. 이에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셀틱과의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치르고 3일 뒤 아스날전에서 패한 원인을 살인적인 경기 일정 때문이라고 불평했다. ‘빅4’의 경기력 저하를 가져오는 살인적인 경기 일정이 3분의 2 가량 남은 리그에 어떤 영향을 끼칠 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진회 기자 manu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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