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Ms.박의라이브갤러리]‘서울환경미화도’와공공미술재발견

입력 2008-11-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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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독자들은 초중고 학창 시절에 ‘환경미화’ 심사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동분서주 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환경미화를 문자 그대로 풀어보면 환경을 아름답고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 치장하는 것을 뜻한다. 환경미화는 비단 환경미화 심사라는 학교의 연례행사뿐 아니라 ‘맑고 매력 있는 세계도시 서울’과 같은 캐치프레이즈나 대도시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공공미술의 주제가 되기도 한다. 11월 1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인터넷에서만 진행되는‘서울환경미화도’(PUBLIC/ART SEOUL, www.artpublicart.org)는 도시의 환경미화라는 명분 아래 행해지고 있는 공공미술의 문제점을 시민과 함께 고민해보고자 제작된 온라인 전시다. 근대화 이전의 서울에서는 탑과 문, 비(碑), 그리고 현판 등이 오늘날 공공미술의 역할을 했다. 하지만 광복 후 서울이 대한민국의 수도로서 거점화되기 시작하면서 갑자기 칼을 들고 말을 탄 영웅들의 동상들이 도심 곳곳에 세워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환경미화를 위한 좀 더 세련된 장식품으로서의 환경조형물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사실 지난 반세기 동안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조형물들이 서울 뿐 아니라 지방 도시에 세워졌다. 과연 이 조형물들은 도시를 다양하고 생동감이 충만한 장소로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세워진 것일까? 아니면 특정인들의 취향과 견해만을 반영하기 위한 수단으로 세워진 것일까? 그러나 도심 속 공공조형물에 대한 이러한 의문과는 별개로, 우리는 “당신은 미술과 호흡할 수 있다”는 공공미술이 으레 내세우는 표어식 표현에 더 익숙한 것이 사실이다. 이점에서 오늘날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공공미술로 불리는 조형물들은 대중이 숨쉬는 공기와도 같다. 덕분에 공공미술에 대한 우리의 믿음은 매우 자명한 것처럼 보인다. ‘서울환경미화도’는 이렇게 자명해 보이는 도심 속 공공 조형물이란 것이 서울을 하나의 의미로 환원시키는, 다시 말해 서울의 다양한 장소들을 획일적인 장소로 만드는 것에 대한 의문을 여러 각도에서 제기한다. 게다가 11명의 작가들은 의도적으로 인터넷이라는 사이버스페이스를 전시공간으로 채택함으로써, 평소 ‘미술관 미술’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일반인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한다. 당신이 인터넷 속 서울을 접속하는 순간 그곳은 하나의 ‘장소’가 아닌, 수많은 ‘장소들’이 된다. 이 전시를 통해 세계 도처에서 별무리처럼 반짝거리는 미지의 서울을 직접 경험해 보길 바란다. 박 대 정 유쾌, 상쾌, 통쾌 삼박자가 맞아 떨어지는미술 전시를 꿈꾸는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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