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불법도박,‘보였을때잘라야한다’

입력 2008-11-25 08: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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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축구 불법도박으로 인해 축구계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진원지인 아마추어축구 K3리그에서는 이미 경찰조사로 3명이 구속, 5명이 불구속 입건됐고, 40여명에 이르는 선수 및 감독들이 조사를 받는 등 홍역을 치르고 있다. 경찰은 도박판과 연계된 승부조작 범죄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K3리그 뿐만 아니라 내셔널리그 전 구단을 상대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중국을 비롯해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만연한 것으로 알려졌던 축구를 매개로 한 불법도박이 한국에서, 그것도 아마추어인 K3 선수들에게 손을 뻗쳤다는 것은 축구계 전반에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더욱이 오는 29일과 12월 6일 펼쳐질 양주시민축구단-화성신우전자 간의 ´다음(Daum) K3리그 2008 챔피언결정전´ 을 앞두고 지난 24일 있은 기자회견에서 K3리그 운영위원회(위원장 장원직, 이하 K3운영위)와 참가팀 감독들이 "지난 6월 일부 팀 감독들이 중국 도박업자 측으로부터 승부조작 제의를 받은 적이 있다"고 밝힘에 따라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도박업자들은 중국 현지에서 한국의 브로커를 통해 선수 및 감독들에게 많게는 수백만원의 대가를 지불할 것을 약속하며 고의적인 실수와 일부 선수를 출전시키지 말 것 등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모처에 사람들을 불러모아 판돈을 걸게 만들고, TV와 인터넷 생중계, 경기장에서 핸드폰 등을 이용해 상황을 중계하는 도우미들을 통해 도박을 진행해 최대 수십억원의 이익을 챙긴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자신이 지시한대로 선수가 뛰지 않고 경기도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면 직접 전화를 걸어 "큰 돈을 잃었으니 신체의 일부를 내놓으라", "중국에서 사람을 보냈으니 각오해라. 죽이겠다"며 협박도 서슴지 않는다는 말도 흘러나오고 있다. 문제는 도박업자들의 존재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찾아낼 길이 없다는 것이다. 도박업자들의 유혹을 뿌리친 감독들은 이들을 찾아내기 위해 전화 역추적을 시도해봤으나, 전화수신을 차단하는 등, 교묘한 수법으로 인해 실패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는 도박업자들과 일당들을 찾고자 해도 경기장을 찾은 이들 중 누구인지 분간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더 이상 도박업자들의 마수를 방치했다가는 K3리그 뿐만 아니라 내셔널리그와 K-리그 등도 존립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결국 뿌리가 드러났을때 송두리째 뽑아 땅을 다시 다지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 중국 슈퍼리그에서 10년 간 활약하며 숱한 유혹을 뿌리쳐 중국 축구계에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는 이장수 베이징 궈안 감독은 지난 24일 뉴시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불법도박의) 실체가 드러났을 때 강도높은 수사로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축구계와 사법당국의 강경대응을 주문했다. 그는 "K3리그에서 이같은 일이 벌어졌다면 내셔널리그나 K-리그도 더 이상 안전하다고 볼 수는 없다"며 "도박업자들은 대부분 금전적인 이익을 보장하겠다는 달콤한 말로 축구팀과 선수들을 유혹한다. 이같은 유혹들이 확산돼 리그 전체로 퍼지면 개인의 파멸은 물론 축구판 전체가 깨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6월부터 사실을 인지했지만 8월22일 각 구단 공문발송까지 두 달 동안 문제를 풀지 못해 ´늑장대응´ 지적을 받았던 K3 운영위 측도 챔피언결정전이 끝나는 대로 광범위한 자체 사정작업을 통해 도박을 리그에서 추방하겠다는 계획이다. K3리그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불법도박 색출을 위해) 움직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챔피언결정전이 끝나는 대로 경찰 측에 적극 협조해 문제를 풀어가겠다"며 조만간 리그 소속 각 구단 관계자 및 감독들을 불러모아 사태파악 및 대응방안을 세우고 강력한 사정작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K3리그 선수의 불법도박 연루 파문은 단순한 개인의 부정이 아닌 한국축구의 근간을 뿌리 채 흔드는 사건이다. 지난 1970년 한때 아시아 최강 중 하나로 군림하던 말레이시아 축구가 3류 신세로 전락한 이유도, 13억 대국 중국이 축구에서만큼은 후진국 신세를 면치 못하는 점도 결국 ´축구 불법도박´이 원인이다. ´발본색원(拔本塞源, 폐단의 근원을 아주 뽑아서 없애 버림)´이라는 고사성어가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시점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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