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올겨울김장끝!

입력 2008-12-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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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저희 친정어머니는 허리가 아프시더라도 매년 배추, 무, 양파, 대파, 고추를 키워서 제게 김장김치 하라고 택배로 보내주십니다. 그러면 저는 제 손으로 알뜰하게 다듬어서 씻고 또 씻고 배추김치와 총각김치를 직접 담가서 맛있게 먹습니다. 올해도 친정어머니께서 직접 농사지은 배추며 채소들을 보내 주셨기에 김장하려고 하다보니 갑자기 제 친구 생각이 났습니다. 그 친구는 제가 담근 배추김치가 맛있다며, 김장하는 거 꼭 보고 싶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친구한테 전화를 해서 “옥자야! 오늘 시간 있어? 친정에서 배추 보내주셔서 나 오늘 김장하려고 하는데, 와서 좀 도와주면서 김치 하는 거 배우면 어때?” 했더니 친구는 좋아서 “오케이∼”하며 얼른 달려왔습니다. 그런데 소금에 절여진 배추를 보더니 제 친구가 입을 떡 벌렸습니다. “이렇게 많은 배추김치를 혼자서 다 한단 말이야? 세상에 난 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 많은 배추김치는 담가 보지도 않았다∼” 라고 했습니다. 그 날 담근 배추가 스물다섯 포기였는데, 친구는 가족이 많지 않아서 그렇게 담가본 적이 없었나 봅니다. 그러면서 저더러 “아니 이 많은 걸 어떻게 다 절였어? 너 작은 체구에서 용케도 힘이 나는구나? 대단하다”고 그랬습니다. 친구랑 같이 앉아서 대파도 다듬고, 무도 깎고, 양파, 쪽파, 당근까지 하나하나 다듬어서 준비를 했습니다. 친구는 하나하나 양념을 다듬으면서 “난 너 하는 거 보니까 점점 자신 없어진다. 딱 세 포기만 해야겠어. 괜히 많이 했다가 맛없을까봐 걱정이야∼” 이러면서 열심히 재료준비를 했습니다. 그 다음에 제가 무를 썰고 있었는데, 제 친구가 그걸 보더니 “무 체치는 기계 있는데, 왜 칼로 다 썰어?” 물었습니다. 저는 “무는 칼로 썰어야 제 맛이 나. 기계로 하면 그 맛이 덜하다니까” 라고 알려줬습니다. 이번엔 마늘과 생강을 절구로 찧었더니 제 친구가 “그거 믹서기에 갈면 금방이야∼ 그걸 어떻게 하나하나 찧고 있어?” 라며 또 물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또 “이것도 절구로 하나하나 찧어야지 안 그러면 옛날 그 맛도 안 나고, 맛이 덜해” 했더니 친구는 너무 신기하다며 “너처럼 그렇게 정성 들여 하는 애 첨 본다” 면서 도와줬습니다. 마늘, 생강, 갓, 양파, 새우젓, 액젓, 고춧가루, 쪽파, 대파 등 모든 양념들을 하나하나 버무려 넣고 저와 친구는 쪼그리고 앉아 배추 속을 넣었습니다. 혼자서 김치를 할 때는 밤늦은 시간까지 하루 종일 힘들게 김치를 했는데, 친구가 도와주니 그 날은 김장을 금방 마칠 수가 있었습니다. 매번 김치를 담글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저는 김치를 다 하고 나면 뿌듯하고 부자가 된 기분이 듭니다. 김치 담글 때야 너무 힘들고 허리도 아프지만 다 해놓고 나면 늘 뿌듯한 기분이 듭니다. 친구에게는 몇 포기의 통배추와 쌈 배추를 주고, 오늘 직접 담근 배추김치도 한 통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제 친구가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얘, 나 오늘 너한테 많이 배워간다∼ 그 동안 우리 시댁이나 친정에서 많이 얻어먹었는데, 이제는 내가 직접 담가 먹어야겠다” 하면서 돌아갔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김치를 직접 담가 먹지 않고 사 먹는 경우가 많은데, 농사짓는 농부 마음을 생각하면서 김치도 직접 담가 먹었으면 좋겠습니다. 결국 우리 가정의 건강을 지키는 일입니다. 다들 김장김치 잘 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끝내놨더니 숙제 다 한 것처럼 속이 편합니다. 서울 성동구 | 신상희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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