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축!우리사랑’‘사과’‘이리’등저주받은걸작5편

입력 2008-12-1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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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영화를 바라보는 관객의 시선은 매우 다양하다. 그 만큼 영화에 대한 평가도 다르다. 흥행 여부를 가늠하기 어려운 까닭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흥행과는 상관없이, 아니 흥행하지 못했지만 그냥 떠나보내기엔 너무 아쉬운 작품들이 있다. 올해 한국영화 가운데 그런 아쉬움을 되새기게 하는 ‘저주받은 걸작’ 5편을 꼽았다. ○‘경축! 우리사랑’(감독 오점균·제작 아이비픽쳐스) 터지는 웃음에 짜임새 있는 구성까지 더하며 ‘재미있다’는 입소문도 퍼졌다. 그러나 보고 싶어도 볼 극장이 없었다. 설레는 20대의 사랑이 아닌 50대 주부의 솔직한 외도는 거부감이 컸는지 많은 극장에 걸리지 못했다. 최종 관객 수는 1만3016명에 그쳤다. 평범한 아주머니가 스물한 살이나 어린 딸의 남자친구의 아기를 가지는 내용은 비정상적이고 자극적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주책바가지 아줌마의 민망함이 가득한 영화가 아니다. 엉뚱한 상황은 시종일관 웃음이 넘치고 깊이 있는 메시지가 있다. 그럼에도 낯선 소재에 대한 거부감 탓인지 이 영화는 결국 올 최고의 ‘저주 받은 걸작’ 중 한 편이 되고 말았다. ○사과(감독 강이관·제작 청어람) “이 건물에서 제일 예쁘잖아요.” 영화 ‘사과’의 매력은 이처럼 가장 평범하고도 일상적인 하지만 그래서 더욱 깊은 인상을 남긴 작품이다. 문소리와 김태우, 이선균이 주연한 영화는 7년 전 첫 사랑과 헤어진 여자가 끈질긴 구애에 이끌려 결혼한 뒤 남들과 다를 바 없는 일상을 살다 또 다시 첫사랑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도드라지지 않는 스토리. 그러나 가슴에 팍팍 꽂히는 대사와 사랑에 얽히고설키는 관계를 마치 정밀화를 그려내듯 카메라는 세 남녀의 모습을 담아냈다. 제작된 지 4년 만에 개봉했지만 그 시간만큼 우려낸 맛이 진한 영화다. ○GP506(감독 공수창·제작 보코픽쳐스) 휴전선 최전방 경계초소인 GP를 배경으로 소대원들이 몰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 뒤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그린 영화. 지금은 군입대한 조현재가 죽음의 공포에 떠는 사병 역을, 중견배우 천호진이 사건 해결에 나서는 수사관 역을 맡아 열연했다. 이들과 함께 소대원 역으로 출연한 배우들의 개성이 물씬하다. 경계초소라는, 갇힌 공간 속에서 관객을 공포 속으로 몰아넣는 감독의 솜씨는 아마도 올 해 개봉한 한국 영화 가운데 재평가받아야 할 작품의 하나로 꼽아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멋진 하루’(감독 이윤기·제작 스폰지ENT) ‘칸의 여왕’ 전도연과 한국영화 차세대 기둥 하정우의 만남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그런데 관객들은 지나치게 작가주의 색깔이 강할 것이라는 오해를 한 모양이다. 헤어진 애인을 찾아가 “돈 갚아”로 시작되는 이 영화는 그들이 돈을 갚고, 받기위해 함께한 하루를 코믹하게 그렸다. 어떤 코미디 영화보다 웃음이 많이 터지는 재미있는 장면도 많다. 무엇보다 주위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사람, 상황이 주는 현실감은 이 영화가 갖고 있는 가장 큰 매력이다. 하지만 대중은 큰 주목을 하지 않았다. 독특한 설정과 저예산이란 상황이 발목을 잡은 것은 예상보다 영향이 컸다. ○‘이리’(감독 장률·제작 자이로픽쳐스) 재중동포 장률 감독의 ‘이리’는 윤진서와 엄태웅 등 지명도 높은 배우들이 출연했지만 단 6개 극장에서 개봉됐다. 해외영화제에서 더 호평을 받은 이 영화는 작가주의 색깔이 강하다. 그리고 여기에 영화적 재미도 충분히 갖고 있다. 장률이 중국에서 만든 ‘중경’과 아픔과 치유가 이어지는 이 영화는 친절한 방법은 아니지만 관객에게 많은 것을 남기고 끝나는 작품이다. 하지만 친숙치 않은 장률만의 독특한 화법은 철저히 외면을 받았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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