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FA컵은제주도에서열려야했을까?

입력 2008-12-18 06:4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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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성인축구의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축구협회(FA)컵 결승에 진출할 두 팀이 가려졌다. 18일 제주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08 하나은행 FA컵 축구선수권 대회’ 4강전. 오전에 열린 첫 번째 경기에서는 혼자서 4골을 폭발시킨 김동찬의 ‘원맨쇼’를 앞세운 경남FC가 ‘프로팀 킬러’ 고양 국민은행을 무려 5-0으로 대파하고 2005년 창단 이후 처음으로 FA컵 결승에 오르는 기쁨을 맛봤다. 이후 14시부터 펼쳐진 두 번째 경기에서는 포항 스틸러스가 한 수 위의 전력으로 대구 FC를 2-0으로 꺾고 지난해에 이어 우승에 도전하게 됐다. 그런데 왜 FA컵이 제주도 섬에서 열려야만 했을까. 그럴만한 이유라도 있었던 것일까. 이 점에 대해 이상호 대한축구협회(KFA) 경기국 국장에게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이유 #1. K-리그 일정 늦어져... 우선 그 어느 해보다 뜨거운 열기를 발산한 K-리그가 12월 초에 마무리 됐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각종 시상식까지 진행되는 바람에 KFA가 예상했던 일정보다 약 2주 가량이 늦어졌다. 때문에 초겨울 날씨가 엄습해 따뜻한 장소를 택하다 보니 제주도가 가장 적합했다. 이 국장은 “땅이 얼면 선수들이 부상당할 위험이 크다. 2002년에도 제주도에서 FA컵을 열었는데 서울과 다른 지방보다 따뜻했었다”며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이유 #2. 제3의 축구팬 확보를 위해... 기존 FA컵 규칙에 의하면 경기장은 하위팀 구장 또는 제3의 지역(홈구장이 없을 경우)에서 경기를 펼치도록 되어 있다. 4강전에도 같은 규칙을 적용시킬 경우, 경남과 국민은행 경기는 국민은행 홈구장에서 열리는 것이 맞다. 그러나 문제는 많은 축구팬들이 경기장에 찾아오지 않았다는 것. 대구-울산현대의 8강전에서는 고작 200여명이, 전북현대-국민은행의 경기는 300여명만이 경기장을 찾았다. 경기당 구단에게 20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여전히 관중 없는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해버렸다. 이에 이 국장은 “FA컵은 단판으로 승부를 가리는 묘미가 있는데도 팬들에게 외면을 받고 있다. 이럴 경우, 제3의 팬들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팬들은 KFA의 행정을 원망할 것이 아니라 먼저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 넣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유 #3. 4강에 오른 팀에게 천연잔디 구장을 제공할 수 있다 대회가 제주도에서 열릴 경우 가장 큰 장점은 4강에 오른 팀들에게 천연잔디구장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KFA는 경기 3일전부터 4강에 오른 팀들에게 훈련을 할 수 있는 구장을 제공해야 한다. 헌데 현실은 말처럼 쉽지 않다. 이 국장은 “사실 모든 시설이 잘 갖춰진 울산에서 경기를 추진하려고 했는데 구단측의 거절로 실패했다. 그러나 제주종합운동장은 따뜻한 날씨 덕분에 겨울에도 천연잔디가 깔려 있는 구장을 사용할 수 있고, 샤워실 및 라커룸 등 제반시설도 깔끔하다”고 밝혔다. 제주=김진회 기자 manu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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