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신경숙‘엄마를부탁해’…‘당신’빈자리에눈물만…

입력 2008-12-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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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고달프고지치면그리워지는엄마의품속…연말강추
올해 상반기 김수현 작가의 ‘엄마가 뿔났다’가 TV 시청자 눈길을 붙들었다면, 연말 서점 가에서는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창비)가 독자의 손길을 끌고 있다. 뿔이 나면 어쩌랴. 엄마는 뿔을 자르고 화를 삭이고 말았다. 소설은 남편과 아들·딸을 위해 한없이 희생했던 과거의 엄마를 그리고 있다. ‘엄마를 부탁해’는 일흔의 엄마가 서울 역에서 실종된 뒤 가족들이 엄마를 찾으며, 과거를 추억하는 이야기다. 기억 속의 엄마를 끄집어내는 것이다. 가족들은 엄마의 빈자리를 느끼고서야 뒤늦게 후회하는 실수를 범한다. 노모의 실종이라는 충격적인 소재를 다뤘지만, 소설은 뜨뜻하게 심장을 데운다. ‘눈물 짜는 뻔한 신파 아니냐?’ 며 실망할 수 있지만, 일단 제목 그대로 엄마를 부탁하게 되는 책임감을 건네는 소설이다. 그 대상은 바로 글을 읽는 독자 자신이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 자신의 엄마를 떠올리고 마음을 더 쓰게 되는, 여운이 강한 작품이다. 소설은 딸과 아들, 남편, 그리고 엄마 본인의 시선으로 매 장마다 ‘너’, ‘나’, ‘그’ 등으로 가리키는 대상이 바뀌면서 독백이 이어진다.“너의 엄마는 몇 해 전부터 내 생일은 따로 챙기지 마라, 했다” 등의 문장을 읽다보면, 독자들은 ‘너’를 ‘나’로, ‘그’도 ‘나’로 읽게 된다. 특히 남성 독자들은 큰 아들이나 남편의 독백에 자신을 대입해 읽기 쉽다. 한국의 과거 모성을 그려냈으나, 진부한 것을 싫어하는 신경숙 작가의 상상력이 결합돼 또 다른 엄마의 모습을 탄생시켰다. 엄마는 엄마이기 이전에 ‘소녀’였고, 여자였다. 신선하고 전복적인 소재를 원하는 독자들에게는 다소 지루하게 읽힐 수 있지만, 서늘한 감동을 원하는 독자들에게는 읽는 시간이 아깝지 않다. ‘엄마를 부탁해’는 조선의 무용수를 다룬 ‘리진’(문학동네) 이후 신경숙의 여섯 번째 장편소설이다. 2007년 겨울부터 올해 여름까지 ‘창작과 비평’문예지에 연재된 작품이다. 올해 겨울 단행본으로 출간된 뒤 불황과 맞물려 베스트셀러가 됐다. 10년 전 IMF 외환위기 때도 많은 가장들이 실직하면서, 아버지를 돌아보게 만드는 김정현의 소설 ‘아버지’와 어머니가 등장하는 양귀자의 ‘모순’ 등이 대중적 인기를 얻은 바 있다. 심신이 고달프면 가장 가까운 사람을 돌아보고 의지하기 마련이다. 다시 또 ‘엄마’다. 엄마의 이야기를 귀찮아하지 않고 잘 들어주고 싶지만 잘 안 되는 독자들, 혹은 어머니를 추억하고 싶은 독자들이 한 해를 정리하며 12월에 읽기 좋은 책이다.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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