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08핫아이콘영화배우]‘악당’도멋있고,‘악녀’도예뻤다

입력 2008-12-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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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훈‘영화는영화다’이경미‘미쓰홍당무’나홍진‘추격자’강형철‘과속…’등 흥행질주
1 전화번호 뒷자리가 4885인 사람을 만나면 흠칫 놀란다. 2 날 째려보는 불량스러운 청소년에게 “너희들이 커서 된 게 나다”고 말하고 싶다. 3 아내가 또 결혼할까 조금 불안하다. 4 인기 많다고 자랑하는 친구에게 “네가 캔디냐? 다 너 좋아하게”라고 외치고 싶다. 5 빌린 돈 받으러 온 상대에 “나한테 없는 기억이 날 쫓아올지 몰랐다”고 폼 잡고 싶다면. 이 중 세 가지 이상에 해당한다면 당신은 진정한 영화 마니아. 한 가지라도 웃음이 지어진다면 영화를 사랑하는 팬이다. 앞에서 언급한 상홍은 순서대로 ‘추격자’, ‘강철중’, ‘아내가 결혼했다’, ‘미쓰 홍당무’,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에 등장하는 말이다. 모두 개성과 색깔이 뚜렷한 캐릭터가 핫 아이콘이 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악당 주인공의 매력 : ‘추격자’의 엄중호(김윤석) 감기 몸살 걸려 죽겠다는 종업원에게 “좋은 말할 때 나가라 욕 얻어 처먹고 질질 짜지 말고 어?” 목소리만 들어도 무섭다. 도무지 주인공으로 어울리지 않는다. 뇌물 받아 먹다 경찰서 잘린 출장안마 사장. 하지만 “야 4885 너지?”로 시작되는 엄중호의 카리스마는 사라진 미진의 딸로부터 “아저씨가 그 사람이죠? 쓰레기?”라는 소리까지 듣지만 그 누구보다 인간적이다. 겉으로는 사상 유래없는 악질 주인공이지만 처절하게 “김미진”을 외치는 모습은 진정한 휴머니스트의 매력을 뿜어냈다. 최민식, 송강호, 설경구와는 또 다른 김윤석 만의 카리스마는 한국 영화의 새 핫 아이콘이 됐다. 대학로 스타였지만 배고픈 연극 무대를 떠나 몇 년간 고향서 장사도 했던 김윤석. 절친한 친구 송강호의 권유로 다시 시작한 연기, 몇 해 만에 실력파 조연에서 한국 영화 최고 아이콘으로 우뚝 섰다. ○돌아온 충무로 핫 아이콘 : 강철중(설경구) “형이 돈이 없다고 해서 패고, 말 안 듣는다고 해서 패고, 어떤 새끼는 얼굴이 기분이 나쁘다고 해서 패고 그렇게 형한테 맞은 애들이 4열종대 앉아번호로 연병장 2바퀴다”고 중얼거리던 강철중이 돌아왔다. “아저씨 요즘 애들은 한 성질 하거든요”라며 째려보는 학생에게 “그 애가 커서 된 게 나다. 이 XXX XX야!”라고 거침없이 되받아치는 단순함. 하지만 생각없어 보여도 “기계공고 다닐 때 꼴찌에서 2번째 하던 나도 안다. 사람이 사람을 절대로 이유 없이 재미로 죽여서는 안 되는 것이다”고 외치는 순수함. 그래서 매력적이다. “과거의 내 모습을 스스로 복제하는 느낌이었다”는 설경구도 또 한번 가장 잘 어울리는 옷으로 명연기를 선보였다. ○또 결혼하고 싶어해도 용서될 것 같은 아내 : (손예진) 손예진이 아니었다면 ‘아내가 결혼했다’가 성공할 수 있었을까? 원작 소설을 읽고 분노했던 남자들도 손예진의 환한 웃음에 무너졌다. “내가 별을 따 달래? 달을 따 달래? 그냥 남편만 하나 더 갖겠다는 건데”라는 말도 안 되는 투정이 나도 모르게 수긍이 가고 이해가 될 수 있었던 건 손예진의 넘치는 매력이 절대적이었다.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은 결혼하고 싶어 하는 아내, 과연 한국영화 최고의 핫 아이콘이었다. ○한국영화 사상 가장 비호감 여주인공 : 양미숙(공효진) “원래 세상은 공평하지 않아. 그래서 우리 같은 사람들은 더 열심히 살아야 해”, “나도 알아 내가 별루라는 걸” 가슴에 콕콕 박히는 대사지만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영화 역사상 가장 비호감 캐릭터로 손색이 없는 ‘미쓰 홍당무’의 양미숙 선생. 누구나 마음 한 구석 갖고 있을 법한 열등감을 다 모아놓은 양미숙은 넘치는 웃음 속에 우리 모두의 자화상을 담은 캐릭터다. 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양미숙. 공효진은 여배우로 인생을 건 모험을 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슬랩스틱, 그리고 카리스마 : 윤태구(송강호) 총알이 빗발치는 만주, 잠수부 헬멧을 뒤집어써 뒤뚱거리며 돌진하는 모습은 어떤 코미디보다 웃긴 장면이었다. 빅스타 3명이 모여 화제를 모은 ‘놈놈놈’. 이병헌과 정우성은 역시 멋있었고 송강호는 확실히 웃겨줬다. 꼬챙이를 악당 엉덩이에 쑤시며 “애들아 눈감아”라고 외치는 착한(?) 아저씨는 주인공이자 약방의 감초였다. 송강호의 연기는 인터넷에서 수많은 누리꾼들에게 패러디되며 ‘빠삐놈’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었다. 그리고 영화 마지막 윤태구가 조선 최고의 악당 ‘손가락 귀신’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변하는 표정은 왜 송강호인가를 단번에 보여줬다. 실실거리던 좀도둑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악당으로 변하며 외치는 독백 “나한테 없는 기억이 날 쫓아올지 몰랐다”는 최고의 명 연기였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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