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국민운전사’이수근“개그스트레스에탈모증까지생겼다”

입력 2009-01-18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웃겨야 하는 부담감에 원형탈모까지 생겼었다.” 어느 누구보다 행복한 2008년을 보냈을 것 같았다. 개그맨 이수근(33)은 그가 출연한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 ‘상상플러스’가 모두 인기를 얻으면서 연말 ‘KBS 연예대상’에서 쇼오락 MC 부문 남자 신인상을 수상했다. 그런가 하면 3월에는 띠동갑인 12살 연하의 아내와 결혼해 8월 아들 ‘일박이’(본명 태준)까지 얻었다. 결혼, 득남, 수상까지 어느 해보다 인생에서 값진 성과를 거두고 2009년을 맞은 이수근을 만났다. 워낙 스케줄이 바빠 겨우 서울 여의도 KBS 로비에서 시간을 낸 그는 특유의 사람좋은 웃음으로 기자를 맞았다. 수상과 득남을 뒤늦게 축하하는 기자에게 그는 “지난 해는 천국과 지옥을 오간 것 같다”고 말했다. ○“웃기지 못하던 개그맨, 내가 연출자였으면 10번은 교체.” 이수근은 2007년 여름부터 ‘1박2일’에 참여했다. 하지만 쉽게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적응하지 못했다. 시청자에게 재미를 주기 위해 투입된 개그맨. 그런데 그가 웃음의 포인트를 찾지 못해 헤매는 상황이었다. 초반에는 ‘그래도 개그맨인데 뭔가 있겠지’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차츰 반응이 싸늘해졌다. 심지어 일부 시청자로부터 ‘소품보다 더 존재감이 없다’라는 비난까지 들었다. “미리 각본을 짜고, 상대와 연습에서 호흡을 맞춰 무대에 오르는 공개 코미디만 하다가 아무 준비 없이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덜컥 나가니 적응하는 데 오래 걸렸다. 더구나 다른 출연자의 끼가 너무 탁월해 심적으로 더 위축되고 갈수록 자신감이 없어졌다.” 이수근은 “버라이어티 초기의 내 모습을 보면 ‘웃기지 못하는 개그맨’이란 말을 들어도 당연할 정도로 정말 한심했다”고 웃었다. 지금은 그래도 마음 편하게 웃으며 말을 하지만, 그는 한때 개편 때마다 멤버 교체설에 시달리곤 했다. “명색이 개그맨인데 웃겨야 하는 강박관념이 컸다. 기껏 신경쓰고 한 멘트는 편집과정에서 다 잘리고 이승기, MC몽, 은지원은 가수인데 나보다 더 재미있는 모습을 보며 부끄러웠다. 시청자 입장에서 냉정하게 모니터해 보면 ‘내가 필요없다’는 것을 느꼈다. 내가 연출자였다면 10번도 넘게 교체를 했을 정도다. 그 스트레스로 머리에 동전만한 원형탈모까지 생겼다.” ○“잘되라고 내 멘트마다 일부러 리액션 해준 동료들 너무 고마워” 하지만 이런 위기를 맞은 이수근의 옆에는 ‘1박2일’의 동료들이 있었다. 동료들은 이수근이 특유의 유머 감각을 찾아 프로그램에 적응할 때까지 기다려줬다. 이수근이 내심 “이제 나는 여기서 끝이구나”하고 절망할 때 맏형 강호동은 “기죽지마라, 넌 할 수 있다”라고 격려해주었다. 또 은지원, 이승기, MC몽은 촬영 때마다 그가 던진 멘트에 맞장구를 치거나 적극적인 리액션을 하며 빨리 자리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심지어 김C도 “나 같이 말없는 사람도 버라이어티 하는데 네가 뭐가 문제냐”며 용기를 불어넣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수근은 점차 팀의 ‘믿을맨’으로 자리를 잡아갔고, ‘국민일꾼’, ‘1등 운전사’ 등 캐릭터까지 생겨났다. “강박관념을 버리니 조금씩 주위가 눈에 들어왔다. 특성상 야생체험에 맞게 내가 잘하는 일들이 생긴 것이다. 어렸을 때 시골에서 자라면서 해봤던 장작패기, 불 때기 등을 선보였더니 신기해하고 ‘그런 것도 할 줄 알아?’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수근은 멤버들의 반응을 접하며 “그때 비로소 개그맨으로 인정받는 느낌이어서 마음이 뿌듯했다”고 말했다. ○ 웃음 줘서 받은 사랑, 다시 웃음으로 최근 이수근은 ‘개그 월드투어’를 계획 중이다. 지난해 ‘1박2일’팀이 백두산을 다녀오면서 인연을 맺은 중국의 조선족 동포를 위해 자선공연을 열고, 수익금 전액도 기부할 예정이다. “당시 우리가 펼친 짧은 공연을 재미있어 했다. 한국 연예인을 쉽게 만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운 마음에 개그로 웃음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절친한 개그맨 김병만에게 제안했더니 흔쾌히 동참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23일∼24일 개그맨 15명 등 함께 중국 옌볜 예술극장에서 4차례 공연을 하기로 했다.” 최근 화제를 모은 ‘1박2일’팀과 일반 시청자 100여 명의 초대형 여행도 이수근이 먼저 제안한 것이다. 지난해 1종 대형면허를 딴 이수근은 ‘국민 운전사’ 이미지를 그대로 살려 자신이 직접 버스를 몰고 ‘1박2일’ 팬들을 모시겠다고 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