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허승표이사장,“개인아닌거대한바위와싸웠다”

입력 2009-01-22 13: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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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이하 협회) 회장 선거에서 패한 허승표 축구연구소 이사장(63)이 소감을 밝혔다. 허승표 이사장은 22일 오전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 2층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09대의원총회 회장 선거에서 총 28표 중 10표를 얻어, 18표를 획득한 조중연 협회 부회장(63)에게 패했다. 선거 결과를 전해 들은 허 이사장은 다소 힘이 빠진 채 기자회견장에 들어섰다. 그는 "외람된 말씀이지만 제 진심이라든지 정책에 좀 더 많은 분들이 동의할 것으로 기대했다. 결과를 보니 10-18이었다. 납득할 수 없는 결과였다"며 아쉬워 했다. 허 이사장은 "개인이 아닌 무거운 바위, 거대한 조직과 경쟁하는 기분이었다"면서 조중연 부회장 측의 텃세가 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대의원 5명이 투표권을 갖는 것, 7개 협회 산하 연맹과 16개 시도협회의 선거규정이 다 다르다는 점 등을 들어 선거 과정이 공정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허 이사장은 "3개월 동안 최선을 다했다. 결과에 승복한다. 후회 없이 선거 활동을 했기 때문에 실망스럽지 않다. 그동안 성원을 보내준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한다"며 결과에 승복했다. 허 이사장은 앞으로 각 시도 협회를 통해 불우한 환경에 있는 유소년 선수들에게 축구장학금을 전달할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허승표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소감은? "3개월 동안 최선을 다했다. 결과에 승복한다. 후회 없이 선거 활동을 했기 때문에 실망스럽지 않다. 그동안 성원을 보내준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앞으로 불우한 청소년 선수들을 위한 자그마한 장학재단을 만들어 운영하는 데 남은 축구 인생을 바치려고 한다. 당선된 조중연 당선자께서 한국 축구가 발전할 수 있게 노력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10표를 얻었는데 기대치는 어느 정도였는지? "선거를 많이 안 해봤다. 외람된 말씀이지만 제 진심이라든지 정책에 좀 더 많은 분들이 동의할 것으로 기대했다. 결과를 보니 10-18이었다. 납득할 수 없는 결과였다." -다시 도전할 생각은 있는지? "아직 그런 생각은 안 해봤다. 제 위치에서 어떻게 하면 축구발전에 도움이 될까 쉬면서 생각해봐야 한다. 시도 축구협회에 불우한 유소년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조그만 장학금이라도 마련해서 지속적으로 어려운 청소년을 돕는 것이 뜻 깊은 일, 보람 있는 일이 아닐까 생각했다. 좀 쉬었다가 실질적인 방법을 연구하겠다. 시도 협회와도 의논할 것이다. 재원은 사재를 털어서 동원하겠다. 조금 쉰 뒤에 그 사업부터 시작하겠다." -선거 과정에서 지적했던 부분의 개선에 어떤 노력을 할 것인가? "7개 협회 산하 연맹과 16개 시도협회의 선거규정이 다 달랐다. 사실 말이 안 되는 것인데 선거를 치르면서 과연 제가 노력한다고 해서 고쳐질 것인지 의문스러웠다. 앞으로도 바깥에서 노력한다고 해서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중연 회장이 이 문제에 관심이 있다면 모를까. 현실적으로 (선거 과정에서)내가 느낀 것은 개인이 아닌 무거운 바위, 조직과 경쟁하는 기분이었다는 것이다. 어쨌든 개혁은 조직 내부의 주체가 해야 한다. 개혁이나 변화는 힘을 가진 협회가 하지 않으면 바깥에서 노력해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또다시 지적하면 시비를 건다고 이야기할 것이기 때문에 앞으 로 생각을 해봐야겠다." -장학사업이나 축구연구소의 향후 운영 방안은? "연구소의 연구원들이 협의를 해야 한다. 그 문제는 내가 왈가왈부할 사항이 아니고 구정(설) 지나서 연구원들이 연구소의 운영방안을 결정할 것이다. 장학사업은 시도 협회와 논의해 선수들 중 어려운 이들을 뽑는 식으로 진행하겠다. 학부모의 부담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각 시도협회에 2000만~3000만원씩 총 3억에서 5억 정도의 장학금을 낼 것이다. 적은 액수일지 모르지만 선거 과정에서 현장을 둘러보니 월 20만원에서 30만원이라는 비용이 선수들의 부모에게 엄청남 부담임을 알게 됐다. 우수선수나 가능성 있는 불우한 선수들에게 쓰일 수 있게 하겠다. 시도 축구협회가 장학생을 선발 할 것이다. 나는 선수선발에 관여 안한다. 관여해서도 안 된다. 10명을 선발하든 30명을 선발하든 각 시도에 운영을 맡길 것이다." -조중연 당선자가 함께 일 하자는 제의를 한다면 받아들일 의향이 있는지? "협회에 들어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선거를 통해 경쟁한 사람으로서 협회에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시된다. 화합은 쉽게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의견이 다른 사람이 함께 일하면 당장 다음 날부터 문제가 생길 것이다. 불만 세력이 인정을 했을 때 화합이 된다. 축구협회가 화합을 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야 했지만 그동안 이를 제시하지 않았다. 화합은 쉽게 이야기해서는 안 되고 쉬운 일도 아니다. 협회가 바깥의 목소리를 수용하고 인정했을 때 비로소 화합이 되는 것이다. 화합을 위한 화합은 오래가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선거 과정에서 느낀 문제점은? "3개월 선거 동안 느낀 것은 이번 선거가 개인과의 경쟁이 아닌 거대한 단체와의 경쟁이라는 점이었다. 실제로 선거 과정이 그렇게 진행됐다. 패자는 말이 없다지만, 한국축구 발전을 위해 제도적인 검토가 필요함을 느꼈다. 심지어 중앙대의원 5분에게는 내 소견을 밝힐 기회도 없었다. 얼굴도 못 봤다. 축구는 공정한 룰에서 서로 페어플레이를 도모하는 것인데 이같은 제도는 잘못된 것이다. 내가 회장이 되면 관습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중앙대의원 제도를 폐지하려고 했다. 하지만 회장이 안 돼서 제도를 바꿀 수 없게 됐다. 개인적으로 공정한 선거제도가 정착됐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이야기는? "후회 없이 대의원들을 찾아다니면서 말씀드렸다. 패했지만 조금도 부끄러움 없다. 워낙 축구를 좋아하기 때문에 운동장에서 만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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