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피플]공승식롯데호텔소믈리에

입력 2009-01-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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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이름공부하다맛에풍덩…참맛느끼려한때한식사절도
롯데호텔 공승식(46) 소믈리에는 호기심이 많다. 궁금한 내용이 있으면 어떻게든 알려고 하고, 온갖 노력을 기울인다. 원하는 바를 이루려는 의지 또한 강하다. 이 같은 생활 습관이 롯데호텔의 와인을 책임지는 현재의 위치까지 그를 이끈 원동력일 테다. 1982년 19세의 나이로 롯데호텔에 입사했을 때까지만 해도 와인은 그에게 미지의 세계였다. 하지만 레스토랑에서 일을 하면서 양식에 와인을 곁들이는 손님을 접했고, 도대체 와인이 뭔지에 대한 궁금증을 키웠다. ○“국산 와인 이름이 왜 마주앙일까 궁금했죠” “어느날 호텔 지하에 와인을 타러 가는데 ‘마주앙’이라는 와인이 있었어요. 국산인데 왜 ‘홍길동’이 아니고 ‘마주앙’이라고 이름을 지었을까 의문이 들더라고요. 와인수입사인 두산에 전화해 물었고, 마주앙은 겸상해서 마시는 것이란 의미를 알게 됐죠. 라벨을 볼 때는 이상한 말이 많아 파고들었어요. ‘샤토 마고’는 왜 그런 이름인지, 또 이건 왜 이름이 이런 지 등 하나하나 궁금해져 와인책을 읽기 시작했죠. 당시에는 와인책이 국내에 없어 외국 가는 사람에게 부탁해 책을 구했고 번역해서 읽었어요. A4 사이즈 한 장 번역하는 데 2만5000원 정도 하니까 돈도 많이 들었죠.” 궁금증으로 시작한 와인에 대한 관심은 점차 실력을 키웠다. 2001년에는 소펙사(프랑스 농식품진흥공사)에서 주최한 ‘제2회 우수 소믈리에 선발대회’(현 한국 소믈리에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하기 까지 이른다. 19년 가까이 와인을 파고든 결과다. 와인 지식을 배경으로 강의도 하면서 실력에 대한 자부심도 가졌다. 하지만 와인을 하면 할수록 점점 체계적이고 제대로 된 공부에 대한 갈망과 필요성이 그의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나도 이 정도면 톱클래스에 들어가니까 괜찮겠지 라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어디에서 공부를 했냐’는 질문을 들을 때 (답하는 게) 난감했어요. 고민을 많이 했고, 보르도 제2대학 양조학과에 ‘와인 미식 평가 감정’에 대한 1년 코스가 있어 2004년부터 문을 두드렸죠. 그런데 쉽지 않았어요. 포기하고 있을 무렵이던 2005년 8월 합격통지서가 날라 왔고, 보르도로 떠났죠.” ○초등생 아들 데리고 포도밭 유학…인생경험 톡톡 그는 초등학생이던 아들을 동행했다. 선진국이 되면 와인도 맞물려갈 거라는 믿음으로 아들에게도 미리 와인을 보고 느끼게 하고 싶어서다. 프랑스 유학 생활이 쉽지는 않았지만 그가 포도밭을 찾아갈 때 마다(그가 살던 페삭 레오냥 근처는 도처에서 포도밭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아들에게 카메라를 들게 해 맘껏 찍게 했다. 아들에게 있어 공부는 상관없었다. 이렇게 옆에서 보고 느끼는 것만으로도 아들의 인생에 큰 자산이 될 거라 믿었다. 아들에겐 관대했지만 자신에게만은 철저함을 놓치지 않았다. 쉽지 않은 기회를 잡았으니 최대한 많은 것을 배워가야 했다. “한국인들은 김치를 먹으니까 마늘, 젓갈류 냄새가 나잖아요. 그런데 유럽 사람들은 이 냄새를 질색해요. 그래서 학교 갈 때는 일주일 내내 한국 음식을 안 먹고 그들이 먹는 음식만 먹었어요. 아들이 먹고 싶어 하면 토요일이 쉬는 날이라 금요일 저녁에만 한국 음식을 먹었죠. 이러면서 와인을 마실 때 섬세한 것을 캐치할 수 있도록 훈련했어요.” 1년 코스만으로는 아쉬웠다. 학원인 ‘에콜 드 뱅’에서의 교육을 시작으로 보르도, 부르고뉴, 샴페인 지방에서 운영하는 학교를 다 다녔다. 이것도 모자라 2006년 9월에는 영국의 와인교육기관 ‘WSET’ 어드밴스드 과정(2주)을 밟기 위해 런던으로 건너갔다. 프랑스가 자율적이라면 영국은 주입식 교육으로 짜여진 틀 속에서 따라가는 게 달랐다. 그런데 두 가지를 함께 배우니 잘 활용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단다. “2007년 6월 국내로 다시 들어왔어요. 2년 간의 휴가에서 많은 것을 배웠어요. 거기서 배운 것을 머리에 갖고 있으니까 언젠가는 써먹을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와인을 가르칠 수 있는 선생님은 부족하고, 소비자는 많은데요. 지금 상황에서는 어느 정도 많은 사람들이 외국에 나가 배워서 개척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게 제 생각입니다.” ○“우물 안 개구리 안되려면 서양문화도 배워야죠” 와인의 매력은 뭘까. 그는 와인 속에 들어있는 히스토리에 그 나라의 배경을 알고, 그들 삶의 방식을 알 수 있는 것을 들었다. “우리 문화도 좋지만 서양 문화도 배울 필요가 있어요. 우물 안 개구리가 안 되려면 말이죠. 월급쟁이에게는 (와인을 배우는 일이)힘들 일이지만 문화를 끌고 갈 수 있는 게 와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인상은 상당히 날카로운 편이다.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완벽주의의 모습을 읽을 수 있다. 하기야 그 같은 모습이 있었기에 지금의 자리까지 온 거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런 그도 웃지 못할 실수를 한다. 햇빛에 반사돼 화이트 와인이 없는 것처럼 보여 손님 잔에 와인을 따르다 넘치기도 하고, 지난해 4월 파리 ‘피에르 가니에르’ 레스토랑 연수를 가서는 레드 와인을 화이트 잔에 따르는 실수도 했다. 그는 혈액형에 민감하다. A형임을 강조하는 그는 “A형은 거칠고 탄닌이 강한 것은 별로다. 스무스하면서 부드러운 게 좋다. 산도도 적당하고, 알코올도 12.5도 정도로 적절하고, 탄닌도 미디엄 정도가 좋다”며 혈액형과 와인 선호 스타일의 상관관계를 설명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의 혈액형이 A형이라면 이런 와인을 좋아하는 게 아닌지 한번 맞춰 보는 건 어떨까. 글·사진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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