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의스포츠클럽]스타여,박수칠때떠나라

입력 2009-02-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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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퇴(勇退)와 은퇴(隱退)의 차이는 클 수도 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20승 투수였던 뉴욕 양키스의 마이크 무시나(40)가 은퇴를 선언하여 많은 야구팬들을 아쉽게 만들었다. 메이저리그 20승 투수란 어지간한 야구팬들이라면 알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 기록이며 통산 300승에 불과 30승만을 남겨둔 채 세계최고의 명문구단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 했다. 반면 홈런왕인 배리 본즈(45)는 정식 은퇴식도 갖지 못한 채 선수생활 재개를 원하고 있지만 스테로이드 사용 여부 등의 위증 혐의에 걸려 불명예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금 같은 추세라면 그는 은퇴식도 갖지 못한 채 쓸쓸하게 무대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실제 미국 야구계는 최다안타 왕인 피트 로즈도 감독 재임 시 도박연루 혐의로 야구계에서 추방시켜 로즈는 흔히 말하는 밀퇴를 당하고 말았다. 그 외에도 마크 맥과이어, 호세 칸세코, 로저 클레멘스 등 우람한 근육질의 슈퍼스타들은 약물복용 관계로 불명예의 낙인 속에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우리의 온정주의에 비하면 미국은 커미셔너가 비교적 엄격한 잣대로 벌을 가하면서 야구의 품위· 명성을 지키고 있다. 슈퍼스타, 세계기록 보유자라도 과감한 결단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면 용퇴, 은퇴, 밀퇴의 차이는 어디서 나오며 우리 프로야구계는 어떤가를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실제 중계방송을 위해 현장의 감독이나 구단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변치 않는 하소연, 푸념이 있다. “팀을 위해서나 유망주들을 위해 은퇴를 해주면 좋겠는데 본인이 굳이 선수생활을 더 하겠다고 하니…” 라며 입맛을 다시는 경우를 20년이 지난 요즘도 경험하고 있다. 팀의 간판선수일수록 팬들의 성원을 등에 업고 구단과 코칭스태프를 곤혹스럽게 만든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수요공급의 불균형 속에 은퇴 후의 지위보장, 수입 감소 등에 예민한 경우가 많아 용퇴의 타이밍을 놓치는 선수들도 있었다. 그러나 선수출신 가운데 다른 분야에서 성공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들과 대조되면서 괜히 기분도 좋아진다. 본지를 통해 소개된 강철원, 김동기, 최익성, 여태구, 안언학, 지화동, 허준 등의 스토리를 읽으면 그들이 스타였건 아니건 다른 분야에서 훌륭하게 성공한 사례를 보여주면서 후배들에게 좋은 귀감이 되고 있다. 요즘 그들의 기사를 가장 흥미롭게 읽고 있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이 성공하면 어떤 형태든 야구계에 기여하겠다는 말을 들으면 현장에 있는 일원으로 가슴이 뜨거워지고 부끄럽기도 하다. 때가 되면 적당한 시기에 물러날 줄 안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사욕에 집착한 나머지 소속분야에 큰 누를 끼치고 불명예 퇴진을 당하는 걸 우리는 사회 각 분야에서 본다. 어떤 분야건 용퇴의 타이밍을 놓치고 은퇴의 흐름에 반할 경우에 마이크 무시나와 같은 박수갈채를 받기는 어렵다. 우리도 사회 각 분야에서 박수갈채를 받으면서 떠나는 인물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야구해설가 오랜 선수생활을 거치면서 감독, 코치, 해설 생활로 야구와 함께 살아가는 것을 즐긴다. 전 국민의 스포츠 생활화를 늘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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