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의스포츠클럽]야구더빛내는스타들의선행

입력 2009-01-1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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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이행난(知易行難)이란 아는 것은 쉽지만 행동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7일 SK 와이번스의 좌완 에이스 김광현(21)은 프로 데뷔 3년 만에 지난해 연봉보다 9000만원 인상된 1억3000만원에 계약함으로써 다시 한번 국내 최고의 좌완 투수 중 한명이란 걸 입증했다. 한화 이글스의 류현진과 함께 국내 최고의 좌완 에이스로 우뚝 솟은 그는 ‘일본 킬러’로도 잘 알려져 있다. 3월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 때 그에게 거는 기대는 여전히 크다. 그가 계약을 한 뒤 부모의 조언에 따라 불우이웃을 돕는데 연봉의 일정액을 내겠다고 밝힌 걸 보면서 어린 선수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떡집을 운영하는 부모들의 경제력을 생각하면 그의 가족이 지니고 있는 따뜻한 마음의 여유를 읽는 것 같았고, 그가 마운드에서 다이내믹한 동작으로 던지는 투구 폼이 금년엔 더 멋있어 보일 것 같다. 김광현 외에도 많은 프로야구선수들이 불우이웃, 모교 돕기와 장학금 등으로 선행을 하고 있고 최근의 증가추세는 예전에 비해 많이 높아졌다. 그러나 후배 선수들에 비해 야구계 중진들이나 선배들 중 비교적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 가운데 기부나 선행에 인색한 사람들이 많은 것은 우리 사회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거의 같은 시기에 성구회(星球會) 발족 소식도 들려왔다. 가입조건으로 200승, 300세이브, 2000안타란 대기록을 수립한 선수들로 구성될 예정인 성구회는 팬들로부터 받은 사랑을 돌려주는 취지로 결성되었다고 한다. 송진우(43), 양준혁(40), 전준호(40) 등 3명의 회원이 초대 멤버로 시작된다. 야구계를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하겠다는 의미에서 출사표를 던진 성구회는 기록상의 업적 뿐 아니라 품위 유지와 도덕성을 갖춘 자만이 회원이 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발기인들의 처음 취지가 끝까지 유지되면서 야구계 슈퍼스타들의 모임으로 제대로 성공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선후배, 지연, 학연에 얽매일 수밖에 없는 좁은 야구계를 감안하면 스스로 엄격한 잣대가 지속되어야 할 것이며 성구회를 불순하게 이용하려는 인물들이 침투하지 못하도록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두 소식을 들으면서 아직도 거액(?)의 수입에도 불구하고 희사할 줄 모르는 야구인들이 있다면 새해를 맞아 생각을 바꿔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받는 데만 익숙하고, 비굴하게 돈 몇 푼에 자존심을 팽개친 선배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후배들은 배울 게 없다. 어쩌면 그동안 많은 후배들이 ‘저렇게 살아도 되는구나’라고 생각하게끔 만든 선배들도 있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야 할 도리를 알고 있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게 쉽지 않은 걸 감안하면 새해 초에 나온 두 소식은 상큼하고 기대가 크다. 지식, 지혜, 명예, 품위는 돈으로 살수 없다. 그러나 스타들이 돈을 제대로 쓰면 명예는 더욱 빛난다. 야구해설가 오랜 선수생활을 거치면서 감독, 코치, 해설 생활로 야구와 함께 살아가는 것을 즐긴다. 전 국민의 스포츠 생활화를 늘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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