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세대교체는현재진행형?

입력 2009-02-07 14: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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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의 타순을 살펴보자. 1. RF 박한이 2. 2B 신명철 3. DH 양준혁 4. LF 심정수 5. 1B 크루즈 6. SS 박진만 7. 3B 조동찬 8. C 진갑용 9. CF 허승민 그리고 1. CF 박한이 2. 2B 조동찬 3. DH 양준혁 4. 3B 박석민 5. RF 최형우 6. LF 김창희 7. 1B 채태인 8. C 현재윤 9. SS 박진만 위의 것은 삼성의 지난 시즌 개막전 선발 라인업이고, 아래는 후반기 개막전의 라인업이다. 선두 타자 박한이와 3번의 양준혁을 제외하면 타순이 크게 바뀌었거나, 아니면 대부분 아예 선수가 바뀌어버렸다. 개막 전부터 언론을 뜨겁게 달구었던 양-심-크-만의 무서운 중심타선의 위용은 심정수의 부상(이후 은퇴 결정), 크루즈의 부상 및 부진으로 인한 퇴출, 양준혁과 박진만은 역시 부상과 기대에 미치지 못한 활약으로 시즌 초부터 급격히 와해됐다. 배영수, 두 명의 용병 투수들까지 기대했던 투수진마저 제 몫을 해주지 못하면서 강력한 우승 후보라는 평가가 무색하게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던 삼성은 결국 중심 타자, 투수들의 도움을 지원이 전무 했던 어려움 속에 용병을 모두 포기하고 국내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등 철저히 다음 시즌 이후를 바라보는 세대교체에 들어가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시즌 막판 대 분전으로 4강에 오르며 1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늘~ 하던 가을 야구라 팬들과 팀조차 무덤덤했지만, 세대교체를 이루는(그것도 준비되지 않았던) 도중에도 4강권에 들 수 있었다는 건 대단한 성과였다. 박석민, 최형우, 채태인의 등장이 변화의 과정에서도 꾸준한 성적을 만들어준 공로자였다. 과거 삼성을 이끌었던 억대 플레이어, 혹은 외국인 선수 때문에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큰 관심을 끌지 못했던 그들은 그러나 박힌 돌이 드러낸 약간의 틈을 놓치지 않고 들어가 주전 자리를 꿰찬 굴러온 돌들이었다. 한 번 시작하면 몇 년이 걸려 다시 완성될지 알 수 없는 기나긴 세대교체의 터널을 단 몇 개월 만에 돌파해버린 그들이다. 하지만 선동열 감독의 욕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새로운 4번 타자와 두 명의 젊은 좌타자 덕분에 타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었지만, 박한이가 오랜 기간 마땅한 경쟁자 없이 고정돼 있는 1번 자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8개 구단의 톱타자 중 가장 적은 5개의 도루를 기록하며 최근의 빠른 야구를 따라가지 못한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삼성은 지난해 도저히 뛸 선수가 없다는 한화, 히어로즈(각 97개)보다도 훨씬 적은 59개의 도루밖에 기록하지 못해 상대 투수들이 아주 마음 놓고 던질 수 있는 팀이었다. 지난해 좌익수로 가능성을 보여줬던 우동균은 새로운 톱타자 감으로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날렵한 체격에다 정교한 타격기술, 빠른 발을 가지고 있어 공격력을 끌어올려 주전으로만 도약할 수 있다면 삼성 타순의 스피드에 숨통을 트여줄 것이다. 우동균이 톱타자가 돼 박한이가 중심타선으로 들어갈 수 있다면 삼성은 전체적인 상하위 타순이 짜임새 있게 돌아갈 수 있다. 입단 초기 이후 도무지 껍질을 깨지 못하고 있는 조동찬과 거물급 내야수의 자질을 보여주고 있는 김상수의 활약도 삼성이 주목하고 있는 카드이다. 전체적인 구도에서 조동찬은 박석민에게, 김상수는 박진만이나 신명철, 김재걸에게 밀리고 있는 양상이지만 선 감독이 스피드에 힘을 실어주고, 힘이 붙은 세대교체의 흐름을 더 가속화해 많은 출장 기회를 갖는다면 충분히 역할을 해줄 걸로 기대된다. 원래의 철학이 그랬는지, 상황이 어쩔 수 없었든 선동열 감독은 지금껏 타자들의 힘보다는 투수력을 앞세워 성적을 냈던 감독이다. 그러나 계약의 마지막 해를 만난 올 시즌 만큼은 없는 힘을 빌어서라도 꼭 ‘단지 포스트시즌 진출’이상의 성적을 내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 5년 간 3번 우승의 약속을 몇 차례나 언급했을 정도이다. 아직은 덜 끝난 것 같은 타순의 세대교체 흐름 속에서 삼성이 과연 최상의 조합을 찾아내는데 성공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엠엘비파크 유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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