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녹음 징크스도 가지가지
케이윌은 애드리브에서 자꾸 꼬이자 잠깐만 시간을 달라고 했다. 잠시 혼자 목청을 돋우면서 연습을 했다. 다시 녹음을 시작하려하자 그는 녹음실 부스의 전등을 껐다. 이른바 ‘느낌을 잡기’ 위한 행동이다.
가수들은 이렇게 감정을 잡기 위해 저마다 독특한 버릇과 징크스가 있다. 케이윌처럼 불을 끄고 어둠 속에서 노래하는 가수부터 쿨처럼 촛불을 켜거나 이승철처럼 맨발로 노래하기도 한다. 심지어 에픽하이의 타블로는 옷을 거의 다 벗고 나선다.
그런가 하면 은지원은 녹음 전 꼭 자양강장제인 드링크를 마시며, 김범수는 특정 의상과 슬리퍼를 갖고 와 녹음할 때만 입기도 한다. 또한 일부 가수들이 흥을 돋울 정도의 술을 마시고 녹음을 하는 것은 잘 알려진 사례다.
어둠 속에서 ‘감’을 잡은 케이윌이 다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황찬희가 다시 머리를 긁적이자, 케이윌은 “다시 한 번 해죠”라고 먼저 ‘자수’한다. 황찬희는 “그래, 앞부분만 다시 한 번 해보자”면서 엔지니어에게 “이 부분부터 반주 주세요”라고 했다.
케이윌은 몇 차례 노래를 더 불렀지만 마지막 부분에서 기침이 나오는 바람에 그만 녹음을 다시 멈춰야했다. 케이윌이 물로 목을 적셨다.
“형수야, 좀 쉬었다 하자.” 케이윌의 본명이 김형수다. 이 틈을 이용해 녹음실 부스로 들어가 보았다. 녹음실 부스는 10평은 넘어 보여 꽤 넓었다. 그런데 벽은 우리가 알고 있던 계란을 담는 판지처럼 생긴 엠보싱 벽이 아니었다.
요즘은 계란판은 쓰지 않고, 그냥 일반 벽지처럼 보이는 흡음재를 쓴다고 했다. 너무 흡음력이 강하면 마이크 소리까지 흡수해버려 적당한 것이 좋다고 한다.
또 녹음실은 넓을수록 좋다. 공간감이 좋기 때문이다. 녹음 중에는 녹음실 부스는 어떤 공조장치도 사용해서는 안된다.
음악에 미세한 에어컨이나 히터소리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좁은 부스에서 장시간 녹음을 하면 더위에 탈진하고 만다. 반면 엔지니어가 있는 공간은 항상 서늘해야 한다.
수천만 원대의 음향기기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그럼 가끔 방송에서 볼 수 있는 마이크 앞에 붙은 둥그런 망은 무엇에 쓰는 물건일까? ‘팝 스크린’이라는 이 장치는 침이 마이크에 튀는 것을 막아 잡음이 들어가지 않도록 해준다.
● 디지털 싱글 제작 늘면서 녹음실 포화
녹음이 끝난 노래는 필요에 따라 코러스나 랩 등을 덧입힌다. 그리고 믹싱과 마스터링 과정을 거친다. 믹싱은 사람의 노랫소리와 악기소리 등 각기 소리들의 크기를 조절하고, 특정 소리를 두드러지게 만들기도 하고, 어떤 소리는 들릴 듯 말 듯 낮추면서 노래의 맛을 살리는 작업이다.
마스터링은 이 각각의 노래들의 소리와 볼륨을 고르게, 통일감 있게 만드는 작업이다. 믹싱은 한 곡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작업이라면, 마스터링은 앨범 전체를 대상으로 이뤄진다.
이렇게 한 곡 한 곡 녹음을 마치면, 이를 한 저장소에 모으고 CD에 옮겨놓는다. 이렇게 이뤄진 최초의 CD를 마스터CD라 하고, 이 마스터 CD를 복제해 CD도 찍고, mp3파일도 만든다.
현재 서울시내에 있는 녹음실은 엔지니어도감에 올라 있는 것만 50여개. 여기에 YG, JYP 등 대형 기획사는 사옥 내 녹음실이 따로 있고, 개인 작업실도 많아지면서 정확한 녹음실 개수는 집계가 불가능하다.
케이윌, 황찬희와 잠깐의 담소 후 이별의 악수를 나누자 일단의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이 저마다 악기를 들고 녹음실로 한 명씩 들어왔다. 다른 가수의 노래에 들어갈 현악기 연주 녹음이 예정돼 있다고 했다. 녹음실은 포화상태라지만, 디지털 음반 제작이 급증하면서 그래도 녹음실은 바쁘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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