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봉 해설위원이 “중근아, 그렇게 짧은 기간에 일본전만 3번 던진 투수는 너밖에 없을 거야”라고 말을 걸었다. 그러자 불펜피칭을 마치고 들어가던 봉중근은 “다신 (그렇게) 안 던질 거예요”라고 응수했다. LG의 확고부동한 에이스인 봉중근이지만 4일 삼성과의 시즌 개막전(대구)에선 5이닝 2실점(1자책)으로 패전을 당했다. 투구수가 무려 112구에 달했다. 7일 롯데전에 앞서 만난 봉중근은 “야구하면서 처음 느꼈는데 4회부터 힘들더라. WBC 결승전 일본전하고 똑같이 던지다 힘이 빠졌다”라고 색다른 각도에서 ‘WBC 후유증’이라고 자평했다. 의욕만 앞서다 완급 조절에 실패했다는 의미다. 봉중근이 내린 결론은 “(메이저리거보다) 한국타자가 더 까다롭다”였다. “공을 많이 던지게” 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 봉중근의 역설적인 걱정은 “WBC 덕분에 몸이 빨리 만들어져 있는” 사실이다. 당장 컨디션은 좋지만 언제부터 페이스가 떨어질지 몰라 내심 조마조마하다. 그래서 “맞더라도 늘 100구는 던지고 내려오는 투수가 되겠다”고 에이스의 책임감을 내세웠다. 잠실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