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흐마니노프가라흐마니노프를연주하다

입력 2009-05-15 16:5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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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흐마니노프 손.

 라흐마니노프 손.

‘음질’이 아닌 ‘음악’을 좇는 이들의 귀가 반짝 뜨일 만한 보물같은 음반 세트가 나왔다.
굳이 음악팬이 아니더라도 작곡가 라흐마니노프의 이름은 베토벤만큼이나 친근하다. 일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에서 남자 주인공 치아키가 ‘색골영감’ 슈트레제만의 지휘로 연주했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의 피날레는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명장면이었다.

라흐마니노프는 알려져 있듯 작곡가이자 천재 피아니스트였다. 1873년 러시아에서 태어나 1943년에 70세의 나이로 미국에서 죽었다. 대략 중년의 시기가 연주가로서의 전성기라고 본다면, 그는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의 인물이다.

오늘날 베토벤과 모차르트의 연주를 알 수 없듯, 라흐마니노프도 그저 전설 속의 피아니스트로 여겨지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바로 이 음반 세트가 그 증거다.
6장의 CD로 구성된 ‘아트 오브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는 1919년(46세)부터 1942년 타계 직전까지 24년에 걸친 그의 실연 레코딩이다. 이는 마치 파가니니나 리스트의 작품을 작곡자의 연주로 듣는 듯한 신비로움마저 느끼게 한다.

작품 해석도 마찬가지. 드라마 ‘베토벤바이러스’에서 작품의 해석에 대해 단원이 이견을 달자 까칠한 강마에가 특유의 시큰둥한 말투로 “베토벤대로 합니다. 그 이상 해석이 있습니까?”했던 그대로다. 라흐마니노프의 곡을 라흐마니노프가 연주하는 데, 감히 해석의 이의를 달 사람이 있을까?

CD에는 그가 작곡한 네 곡의 피아노협주곡, 그리고 직접 지휘한 교향곡 등이 담겨 있다. 여기에 보너스! 라흐마니노프가 연주한 쇼팽 소나타곡집은 컬렉터들에게도 희귀한 자료다.
당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였던 크라이슬러와의 협연도 들을 수 있다.

‘카잘스 시리즈’, ‘20세기 피아니스트 시리즈’ 등 모노럴 시대의 희귀 음반을 발굴해 꾸준히 출시해 온 모노폴리에서는 이번 라흐마니노프 시리즈에 40쪽에 달하는 해설서를 첨부해 청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그의 황금색 비밀을 간직한 살아있는 톤은 가슴에서 나오는 것이다. 나는 그의 화려하게 건반을 질주하는 손가락과 흉내 내기 어려운 거대한 루바토에 홀려 시름을 잊고 빠져 들어갔다.”
20세기 최고의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인 아르투르 루빈시타인의 고백은 이제 더 이상 부럽지 않게 됐다.
라흐마니노프의 라흐마니노프를 듣는다는 것은, 이 시대 음악팬들의 분명한 축복이다.
구입문의: 02-921-8781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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