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영“홈런두방스승의날선물”

입력 2009-05-16 08:17:13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15일 저녁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2009프로야구 히어로즈와 LG의 경기에서 LG 타자 이진영이 7회초 타석에서 홈런을 치고 들어와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목동ㅣ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네 번째 역전극이 펼쳐졌지만 8-13으로 뒤진 6회. LG 덕아웃은 미소가 사라졌다. 5연패가 아른거렸다. 반대로 히어로즈는 7연패 끝에 맛보는 달콤한 승리를 예감했다. 홈런이 안타처럼 터지는 치열한 난타전, 점차 집중력이 떨어지는 종반이었다.

정성훈의 볼넷과 페타지니의 안타로 이어진 6회 1사 1,2루의 찬스. 이진영이 타석에 들어섰다. 그리고 이진영의 김성현의 초구를 받아쳐 전광판으로 곧장 날아가는 비거리 120m짜리 3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순식간에 목동 구장 LG와 히어로즈의 분위기는 정반대가 됐다. 히어로즈는 이진영에게 홈런을 맞는 순간 12일 SK전에서 9회말에도 8점을 쫓아가는 LG의 저력을 다시 느끼며 마음이 급해졌다.

이어진 7회 페타지니가 역전 결승 만루홈런을 걷어올렸다. 스코어는 16-13으로 역전돼 3점차. 아직 히어로즈는 포기하지 않았다. 이렇게 팀 연패 신기록을 세울 수 없었다. 그러나 그 때 다시 이진영의 연타석 홈런이 터졌다. 사실상 승리를 확인하는 우중간 솔로 홈런. 이진영은 주먹을 불끈 쥐며 그라운드를 돌았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 경기 시작 직전. SK에게 3연전을 내주며 4연패에 빠진 LG 덕아웃은 예상과 달리 웃음이 넘쳤다. 이진영은 연습을 모두 마친 후에도 라커룸으로 돌아가지 않고 덕아웃에 앉아있었다. 그리고 지나가는 동료, 선후배들에게 빠짐없이 농담을 했다. 정성훈이 지나가면 “야 너 너무 잘 치는 것 같아”, 부상에서 복귀한 박명환에게는 “역시 우리 팀 에이스가 돌아오니까 뭔가 분위기가 달라졌어”, 박용택에게는 “미스터 메트로 LG의 투타의 핵! 신바람 야구!”를 외쳐댔다.

툭툭 내뱉는 말이었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하나하나 동료들에게 힘을 불어 넣는 응원이었다. 라인업이 전광판에 들어오고 5번 타순에 자신의 이름을 발견한 이진영은 다시 한번 동료들에게 웃음을 줬다. “에이 잘못된 것 같은데, 우리 타순은 1번부터 9번까지 잘 치는 순서대로 나오는데, 제 이름이 5번에 있잖아요. 더 밑으로 내려가야 되는데.” 지난 시즌보다 홈런도 잘 치고 장타력이 늘었다는 취재진의 칭찬에는 “사실 다 감독님 덕이에요. 절위해 잠실구장에 ‘X존’을 만들어 주셨잖아요”라며 웃었다.

한참을 동료들과 떠들던 이진영은 새로 구입한 배트 손잡이를 정성스럽게 손질하며 진지하게 경기를 준비했다. 그리고 그렇게 결정적 홈런 2개로 스승의 날 김재박 감독에게 멋진 선물을 안겼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