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브레이크]정부, KBO총장인사까지개입하다니

입력 2009-06-06 07: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이상국 KBO 사무총장 내정자.스포츠동아 DB.

이상국총장내정자자진사퇴파문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상국(사진) 사무총장 내정자가 5일 전격적으로 자진사퇴를 선언했다. 4월 30일 열린 2009년도 제2차 KBO 이사회에서 유영구 총재로부터 사무총장으로 지명받은지 36일 만이다.

이 내정자의 사퇴는 총재와 사무총장 승인권을 가진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속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해왔기 때문이다. KBO는 이날 “각 구단 사장들과 연락해 일정을 조율한 뒤 다음주 중으로 이사회를 소집해 후임 문제를 비롯한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가 거듭해서 KBO 인사(총재·사무총장)를 좌지우지하면서 KBO의 자율권을 훼손한 만큼 만만찮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시대착오적인 ‘외압’과 ‘관치 체육’

KBO는 그동안 정관까지 개정해가며 이상국 내정자에 대한 승인을 문체부에 요청해왔다. 문체부가 이 내정자에 대해 난색을 표하자 KBO는 자율적으로 사무총장을 선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관을 고쳤다.

그러나 문체부는 3차례 반려 소동 끝에 지난주 김대기 차관이 직접 유영구 총재에게 ‘이 내정자의 과거 사무총장 재직시절의 결함’을 이유로 반대 의사를 명확히 통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김성호 문체부 체육국장은 5일 “이 내정자에 대한 좋지 않은 여론이 승인 거부 판단에 작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문체부의 이같은 행태는 시대착오적 ‘외압’이자 구시대적 ‘관치 체육’의 잔재라는 지적이 높다. “정부가 언제 KBO에 돈을 보태준 적이 있느냐”는 비난의 목소리도 높다. 정부가 총재는 고사하고 사무총장 인사에까지 간섭하는 국내 프로스포츠단체로는 KBO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문체부는 이미 지난해 12월 프로야구 8개 구단 사장들이 신상우 전 KBO 총재의 후임으로 유영구 명지의료재단 이사장을 추대했을 때도 표면적으로는 절차상 하자(문체부와의 협의 부족)를 이유로 제동을 건 바 있다.

실상은 정치권 모 인사가 후임 총재를 희망한 가운데 내부적으로 교통정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결국 KBO와 야구계의 의지와는 무관한 정치적 판단에 따라 총재에 이어 사무총장 인선에까지 문체부가 관여한 꼴이다.

○KBO 행정 공백 장기화와 권위 실추

KBO는 이상국 내정자에 대한 문체부의 승인이 보류된 지난 1개월여간 심각한 행정 공백을 겪어왔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가 노동조합 설립을 선언하고, 프로야구 TV 중계권 협상마저 난항을 겪는 등 굵직한 현안들이 속속 불거졌지만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이미 명백해진 행정 공백은 이제 후임 사무총장이 취임할 때까지 연장될 수밖에 없게 됐다. 이상일 KBO 총괄본부장은 5일 “(정부의 사무총장 승인 거부에 대해) 그렇다고 우리가 정부와 싸울 수도 없지 않느냐”고 했다. 정부의 처분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KBO의 현실에 대한 자조감의 표현이기도 했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