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고르고고른금주의신간

입력 2009-06-18 15:3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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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츠버그의 마지막 여름(마이클 셰이본, 다산책방, 1만2000원)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을 읽었던 독자라면, 그 책을 잃고 찬란하고도 슬펐던 청춘에 대한 아련한 향수를 느껴본 적이 있다면 ‘피츠버그의 마지막 여름’은 다시 한 번 그 달콤한 성장통을 회상하게 한다.

이른바 미국판 성장 소설인 셈이다.

이 소설을 쓰기 시작할 당시 작가는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대학을 갓 졸업한 유대계 젊은이였고, 기쁘고도 슬펐던 지나온 청춘의 여름날에 대한 그리움을 생생한 캐릭터와 뛰어난 묘사로 재현해냈다.

‘학교 도서관은 내 대학 생활 가운데 무기력이 중심이었던 곳이다. 나는 공허한 일요일이면 슬프고도 냉소적인 내 전공 경제학의 흐릿한 매력을 느껴보고자, 과일의 핵과 같이 창백하고 적막한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본문 12p

‘나’라는 1인칭 화자가 대학을 갓 졸업한 여름날을 고백채로 회상하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피츠버그의 마지막 여름’은 2009년의 여름을 함께하기에 충분한 소설이다.

○ 엄마(틱낫한, 아름다운인연 9,800원)

틱낫한 스님은 베트남 중부에서 출생해 16세에 출가해 60여년을 수행에 정진하며 시와 글을 써왔다.

달라이 라마와 함께 세계 종교계에서 살아있는 부처라 불리고 있으며 노벨상 후보로도 추천될 정도지만 지금도 직접 채소밭을 가꾸며 소박한 일상의 수행을 계속하고 있다.

탁닉한 스님의 신작 에세이 ‘엄마’는 숨막히게 질주하던 경제가 급격히 추락하며 공황 상태에 놓인 현대인들에게, 자본주의가 약속한 부와 안락한 삶이 사실은 얼마나 위태로운 것인지, 지겹고 고리타분하다고 느껴온 느리고 변치 않은 삶이 실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역설한다.

그리고 우리들이 가장 약해졌을 때 찾게 되는 ‘엄마’라는 존재가 개인의 인생에서 얼마나 완벽한 ‘안식처’인지를 깨닫게 한다.

‘혹시 엄마 뱃속에서 머물던 그 때를 기억하나요? 당신에게 가장 행복했던 시간은 엄마 뱃속에 있던 바로 그 때였습니다.’

‘엄마를 떠나 승려가 된 것을 후회하지는 않지만 그런 선택을 한 것에 아직까지도 마음 한 구석이 아프다’는 스님은 우리가 엄마라는 무궁무진한 보배 안에서 행복해지기를 바란다고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 기발한 세계일주 레이스(스티브 헬리& 밸리 챈드라새커런, 중앙북스, 1만5000원)

한국의 젊은이들에게는 청춘의 객기가 사치가 되어버렸지만, 하버드 출신으로 현재 할리우드에서 방송작가로 활동 중인 두 주인공 스티브와 밸리는 어느날 기상천외한 모험을 결심한다.

한 명은 서쪽으로, 한 명은 동쪽으로 출발해 먼저 지구를 한 바퀴 돌고 오는 사람이 최고급 위스키를 차지하며, 절대로 비행기는 타지 않기로 하고 장장 2만6000km에 달하는 대장정을 시작한다.

현대판 80일간의 세계일주 레이스인 셈이다.

실제로 5개 대륙 24개국을 돌아다니며 두 젊은이가 경험한 기상천외한 경험들을 써내려간 이 책은 자본주의에 물든 현대인들에 대한 짙은 페이소스와 유머가 공존하는 독특한 여행의 기록이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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