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감독자택단독인터뷰]“빨래설거지는내몫나도부드러운남자”

입력 2009-06-20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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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젠 강성은 잊어주세요!’ 언제, 어디서든 온화한 표정을 잃지 않는다. 19일 스포츠동아에 서울 방배동 자택을 공개한 ‘소문난 잉꼬부부’ 허정무(왼쪽) 감독과 최미나 씨 부부가 큰 딸 화란 씨가 데려온 쌍둥이 외손자 예준(왼쪽), 하준이를 품에 안고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강성이미지벗고온화한감독변신…
요즘 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보다 더 행복한 사람이 있을까. 허 감독의 얼굴은 웃음 그 자체다. 언제 어디서든 환한 표정이다. 말투도 부드러워졌다. 19일 오후, 스포츠동아에 방배동 자신의 집을 공개한 날엔 웃음소리가 더욱 컸다. 2시간 동안 이어진 인터뷰 내내 환한 미소로, 때론 큰 웃음으로, 때론 진지한 태도로 자신의 축구철학과 가족에 대한 사랑, 선수들에 대한 애정, 아픈 기억들, 16강을 향한 집념 등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주위에서는 허 감독을 두고 ‘사람이 많이 변했다’고 한다. 선수들은 물론이고 코치들이나 스태프, 협회 관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그래서 가장 궁금한 ‘부드러운 감독’으로 변한 배경부터 물었다. “원래 부드러운 남자예요. 그런데 요즘 왜 유해졌다고 할까.(웃음) 과거엔 좀 직설적인 면이 많았죠. 모든 것을 원리원칙대로 처리하다보니, 딱딱하게 비쳐졌던 거죠. 그런데 힘든 시기를 거치면서 그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죠. 내 지시를 받아들이는 선수들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게 된 거죠. 그랬더니 서서히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기존에 내 방법이 틀렸던 것이죠.”

사실 허 감독은 강성이었다. 예전 대표팀이나 프로구단 감독 시절, 자신의 생각과 맞지 않으면 곧장 맞받아쳤다. 꺾이는 법이 없었다. 휘는 것보다는 차라리 부러지는 길을 택했다. “요즘엔 달라졌죠.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언짢은 얘기라도 먼저 귀담아 들으려고 하고, 상대편에 서서 상대를 이해하게 된 것이죠. 그런 노력들이 나를 변하게 하고, 대표팀을 변하게 했다고 보면 틀림없습니다.”

빨래 개는 남자 허정무

이는 참을성으로 이어진다. 그는 대표적인 사례를 하나 들었다. “최근 (기)성용이나 (이)청용이 같은 경우, 예전 같으면 한마디 했을 겁니다. 조금 나태해진 모습이 보였거든요. 선수들이 한참 떠 있을 때는 자신이 한없이 좋은 줄만 압니다. 하지만 지적하지 않고 일부러 기다렸습니다. 중요한 것은 선수들이 직접 깨닫고 느끼는 것이니까요. 꾹 참았다가 이란전이 끝난 뒤에 청용이와 걸어가면서 ‘좀 더 노력하길 바란다’며 살짝 전했죠.” 쓴 소리가 아니라 애정이 담긴 선배의 조언으로 선수들의 정신을 바로 잡아나갔다.

이는 곧 소통의 리더십과 맥을 같이 한다. 대표팀 내 의사소통이 원활해진 것은 바로 허 감독이 스스로 변했기에 가능했다. 박지성이 주장을 맡으면서 소통이 잘 되긴 했지만, 그 전에 허 감독이 먼저 마음의 문을 열었기에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선수단 내 신구의 조화가 잘 이뤄진 것도 바로 마음의 문이 열렸기 때문이다.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도 많이 변한 모습이다. “나이가 먹다보니 그렇게 됐다”는 그는 “예전엔 상대가 먼저 알아주길 바랐는데, 이젠 그렇게 하지는 않아요. 내가 잘못했다고 판단되면 솔직하게 시인하는 태도로 바뀐 것이지요. 철이 들었다고 보시면 됩니다”라며 껄껄 웃었다.

이런 모든 변화는 결국 ‘긍정의 힘’이 됐다. 받아들이는 사람 입장도 생각하고, 전달하는 방법을 바꾸면서 모든 것이 잘 풀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허정무호의 키워드는 ‘긍정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경기를 살펴보면 선제골을 먹고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 정신도 바로 여기에서 기인한다.

벌써 내년 남아공월드컵으로 시선을 돌린 허 감독은 “철저한 준비와 피나는 노력을 한 뒤에 결과를 기다리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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