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범의리버스토크]가는세월막아주는‘동안볼살’?

입력 2009-06-23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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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선고운女스타는어디로…
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 ‘사브리나’ 등으로 친숙한 빌리 와일더 감독이 만년에 연출한 것중에 ‘페도라’(FEDORA·포스터)란 작품이 있다.

78년 만들어졌으니 벌써 30년이 넘었다. 젊은 시절 만인의 연인이던 한 여배우가 은퇴한 후 은둔 생활에 들어간 뒤 벌어진 미스터리를 다룬 작품이다.

제목 ‘페도라’는 극중 여배우의 이름. 영화에서 페도라는 은퇴해 60살이 넘었지만 놀랍게도 30대와 다름없는 젊음을 유지하고 있었다. 영화사들은 이런 그녀를 다시 컴백시키려고 애쓰고, 그녀 역시 아들 뻘인 젊은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페도라의 불가사의한 미모는 사실 성형수술과 약물로 도망가는 젊음을 잡으려 애쓰는 여배우의 안타까운 몸부림에 불과했다.

직접 시나리오까지 쓴 빌리 와일더 감독은 흐르는 세월을 막아 아름다움을 지키고, 영원히 만인의 연인으로 살겠다는 욕망이 얼마나 허망한지, 또 그런 덧없는 노력 때문에 더욱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는 비극에 대해 담담히 말했다.

얼마 전 케이블TV에서 한때 한국 대표 미인으로 불리던 한 여자 스타의 모습을 오랜만에 보고 깜짝 놀랐다. 얼굴의 양 볼이 마치 터질 듯이 팽팽하게 살이 올라 있었다. 요즘 여자 연예인들 사이에 유행처럼 번진 이른바 ‘동안 볼살’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그녀는 그동안 철저한 자기 관리로 젊은 시절 몸매와 미모를 간직해 많은 사람의 부러움을 사던 스타였다. 그녀의 몸매 관리법을 따라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래서 더욱 그녀의 변화는 놀랍고 솔직히 당혹스럽다.

‘동안 볼살’에 대해 해명(?)하는 말들은 많다.

화장법이 변해서, 헤어스타일이 바뀌어서, 또는 푹 쉬는 동안 살이 올라서. 누군가는 변한 모습에 대한 궁금증에 대해 “내 얼굴 바뀐 것을 가지고 왜 남들이 말이 많냐”식의 신경질적인 대응을 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예뻐지고 싶어 조금 손을 댔다”고 과감하게 말하기도 한다.

그녀의 모습이 왜 바뀌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과거 기자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설레이게 했던 갸름한 턱선과 선이 고운 얼굴은 이제 추억 속에만 존재한다는 것이다.

누구가는 ‘늘 젊게 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갈수록 사과처럼 얼굴 동그란 여자 스타들이 늘어가는 변화가 웬지 아쉽고 안타깝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엔터테인먼트부 부장>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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