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내목을쳐도,아닌건아닌것”

입력 2009-06-26 07: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김호 [스포츠동아 DB]

대전김호감독분노의기자회견
“난 힘이 없는 사람이다. 차라리 내 목을 쳐라.”

대전 시티즌 김호(65) 감독이 구단 이사회의 자진 사퇴 권고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확고한 의사를 밝혔다. 김 감독은 25일 대전월드컵경기장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들(이사회)이 식사자리에서 결정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전달한 것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자진 사퇴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앞으로 계속 벤치를 지킬 것이냐’는 물음에 김 감독은 “결국 (구단이) 해임할 것으로 안다. 다만 그 분들이 정말로 떳떳한 사람인지 보고 싶다. 난 대전시나 이사회의 결정에 맞설 힘이 없다. 하지만 ‘인정할 수 없는 사안’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대전 구단은 15일 비공식 간담회 결과 내용을 토대로 22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성적 부진 및 구단과 갈등을 이유로 김 감독에게 자진 사퇴를 권고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끝내 김 감독이 자진 사퇴 표명을 하지 않자 채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정준수(67) 임시 대표이사(대전시체육회 사무처장)가 직접 회의실로 와 공식 해임 발표를 했다. 이미 구단은 김 감독이 사퇴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정식 해임 절차를 밟기로 했다.

이날 김 감독은 “6개월 간 집에도 못간 채 대전을 발전시키기 위해, 레벨을 높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과연 그 사람(이사회)들이 정말 애정이 있었는지 되묻고 싶다. 축구인으로서 대전이 바로갈 수 있는 길, 최대한 시민구단이 제대로 서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명예시민증까지 받은 내게 하는 대접은 이게 아닌 것 같다. 어제의 금메달과 노력이 한 순간에 가치를 잃는 모습이 서글프다. 죽는 그 순간까지 명예를 지키겠다. 월급 100만원 짜리 가난한 선수들이 열심히 훈련하는 모습을 제대로 봤다면 이렇게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씁쓸해했다. 이어 “떠나는 지금, 너무 가슴이 아프다. 이사회 지론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성적 부진을 이유로 들었는데, 대전시와 이사회가 납득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했다. “평생 축구장에서 보냈다. 죄를 지은 것도,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닌데 성적이란 테두리 안에서 날 매도하는 모습에 서운하다”던 그는 “명예시민으로 소임을 못한 것에 대해 축구 팬들께 정말 죄송하다”는 말을 남긴 채 쓸쓸한 발걸음을 옮겼다.

대전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