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수영선수권결산]수영중장거리도스피드지구력시대

입력 2009-08-03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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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경쟁자비더만·장린…단거리와비슷한속도유지
박태환(20·단국대)이 1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2009로마세계선수권 자유형 1500m 예선에서 15분00초87(전체9위)을 기록, 8명이 겨루는 결승진출이 좌절됐다.

SK텔레콤전담팀이 “미국전지훈련에서 1500m에 집중했다”고 말했기에 충격은 더 컸다. 이로써 박태환은 자유형 200·400m에 이어 이번 대회 단 한 종목도 결승에 오르지 못하는 시련을 경험했다.

박태환이 뒷걸음치는 사이, ‘맞수’ 장린(22·중국)은 자유형400m동메달, 자유형800m금메달을 목에 걸며 일취월장했다. 파울 비더만(독일) 역시 자유형 200·400m에서 연거푸 세계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샛별로 떠올랐다. 세계수영의 급성장은 마린보이가 심기일전하더라도, 세계정상 재도전이 쉽지 만은 않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 갈 길 먼 박태환

경영대표팀 노민상 감독과 체육과학연구원(KISS) 송홍선 박사는 “이번 대회에서 특히, 세계수영에 스피드 지구력의 시대가 왔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더 빠른 스피드로 헤엄치면서도 그 스피드를 지속하는 능력이 향상됐다는 뜻이다.

보통, 일반인은 자신의 최대 운동능력의 60-70% 정도에서 무 산소 역치수준이 형성된다. 무 산소 역치란 유산소성 운동에서 무산소성 운동으로 에너지 시스템이 바뀌는 순간을 말한다. 무산소성 운동으로 전환되면, 피로물질(젖산)이 급격히 쌓여 금세 지쳐버린다. 보통 러닝머신에서 7-8km/h로는 가볍게 30분 이상을 잘 달리다가도, 12-13km/h에서는 5분을 버티기도 쉽지 않은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송홍선 박사에 따르면, “베이징올림픽 직전, 박태환은 최대운동능력의 90% 수준에서 무산소 역치수준이 형성됐다”고 했다. 최대 능력의 90%% 이상으로 헤엄친다면, 박태환은 금세 지칠 것이다. 따라서 88%수준에서 일반적인 레이스운영을 하다가, 승부수를 던질 때 90%%이상 95%까지 온 힘을 쏟았다.

송 박사는 “장린(22·중국)과 파울 비더만(23·독일)의 레이스를 분석해보면, 그들의 무산소 역치수준이 상당히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7-8km/h의 러닝머신에서 쉽게 지치지 않고 뛰던 사람이 이제 8-9km/h에서도 유산소성 에너지 시스템을 가동하며 뛸 수 있게 됐단 얘기다.

비더만은 7월27일 자유형400m 결승에서 3분40초07의 세계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50m 구간의 평균 기록은 27.51초. 박태환의 200m준결승(1분46초68) 50m구간평균기록(26.67초)과는 1초 차이도 나지 않았다. 장린이 7월30일 자유형800m결승에서 세계기록(7분32초12)을 세울 때 50m구간평균기록은 28.26초였다.

마라톤 세계기록 보유자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36·에티오피아)가 100m를 평균 17초69에 주파하듯, 이제 수영 중·장거리에서도 스피드가 상당히 중요해졌음을 알 수 있다.

노민상 감독은 “박태환의 단위스피드는 세계 최고였고, 그런 탄력이 뒷받침되었기에 여러 가지 레이스 운용이 가능했다”면서 “떨어진 몸을 끌어올려 세계적인 추세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체육과학연구원(KISS)의 도움을 받아도 1년 가까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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