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범의리버스토크]최진실묘vs프레슬리묘

입력 2009-08-18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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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를 찾는 관광객 중 문화와 예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빼놓지 방문하는 곳이 있다. 바로 공동묘지다. 파리의 3대 공동묘지는 흔히 몽마르트, 몽파르나스, 그리고 페르 라쉐즈 묘지를 꼽는다.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는 것은 한 시대를 풍미한 쟁쟁한 예술가들의 무덤이 있기 때문이다.

몽마르트 묘지에는 소설가 알렉산드르 뒤마 피스, 무용가 니진스키, 소설가 스탕달,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 음악가 베를리오즈, 화가 드가, 영화감독 프랑소와 트뤼포의 무덤이 있다.

몽파르나스 묘지에는 철학자이자 작가인 사르트르와 그의 부인 보바르, 시인 보들레르, 소설가 모파상, 극작가 베케트, 음악가 생상의 무덤이 있다.

3대 공동묘지 중 가장 규모가 크고 그만큼 많은 이들이 찾는다는 페르 라쉐즈 묘지에는 묘석이 여성 방문객들의 키스 마크로 뒤덮였다는 오스카 와일드의 무덤을 비롯해 쇼팽, 시인 아폴리네르, 가수 에디트 피아프, 이브 몽땅, 작가 알퐁스 도데, 화가 모딜리아니, 성악가 마리아 칼라스 등의 무덤이 있다. 그리고 한 명 더, 70년대 초 록계의 이단아로 불리던 그룹 도어즈의 리더 짐 모리슨의 무덤도 바로 페르 라쉐즈에 있다.

프랑스만 그런 것은 아니다.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엘비스 프레슬리의 집이자 무덤이 있는 ‘그레이스 랜드’가 있는 이 도시에는 곳곳에 프레슬리의 기념물이 있고, 1년 365일 내내 영원한 ‘로큰롤의 황제’에 대한 추억을 되새기려는 방문객으로 북적거린다.

미국 인디 영화의 거장 짐 자무시 감독은 89년 영화 ‘미스테리 트레인’에서 이런 멤피스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영화의 첫 에피소드 ‘요코하마에서 멀리’에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자취를 찾아 일본에서 멤피스까지 온 일본인 커플 준과 미츠코가 등장한다. 영화에서 보듯 로큰롤 문화의 세례를 받고 자란 미국과 해외 팬들은 ‘그레이스 랜드’를 방문하고 멤피스를 둘러보는 것은 일종의 성지순례처럼 여긴다고 한다.

지난 주말, 최진실의 무덤이 누군가에 의해 훼손되고 유골함이 도난당했다. 말도 안되는 기막힌 일을 당한 유족의 심정을 글로 표현한다는 것은 부질없는 짓일 것이다.

유족 다음으로 참담한 것은 그녀를 가슴 속에 소중하게 간직해온 팬들의 마음이다. 세상을 떠난지 1년이 되어가지만 묘소가 있는 양평 갑산공원에는 그동안 그녀를 그리는 많은 팬들이 찾아왔다고 한다. 누가, 왜 그랬는지 경찰 수사를 통해 알게 되겠지만, 이제 팬들의 가슴에는 쉬 메울 수 없는 큰 구멍이 나고 말았다.

자, 그녀를 하루라도 빨리 다시 안식의 자리에 돌아오도록 하자. 그래서 훗날, 우리의 아이나 손주 손을 잡고 “여기가 국민배우로 사랑받던 최진실이 잠든 곳이다”며 갑산공원을 방문해 추억을 되새길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엔터테인먼트부 부장]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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