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씽스페셜]“숨기거나줄이거나”…LG식해결법

입력 2009-08-25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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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생한 구타 사건은 LG 구단 자체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특히 팀이 내홍을 겪을 때마다 축소 혹은 은폐에 급급했던 구단의 대처에 더 큰 문제가 있다는 지적. LG선수들이 12일 잠실 SK전 패배 후 고개를 숙인 채 그라운드를 빠져나오고 있다. [스포츠동아 DB]

바람 잘 날이 없다. LG가 한 달 새에 벌써 두 번째 내홍 사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조인성-심수창 배터리가 경기 중 마운드에서 벌인 말다툼은 오히려 가볍다. 이번엔 선배가 후배에게 야구 방망이를 휘두르고 후배는 머리에서 피를 흘렸다. 그리고 15일이 지나서야 첫 징계가 시작됐다. 이쯤 되면 선수단 관리 문제를 떠나 구단의 총체적인 허점이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다. 폭력 사태를 되짚어보면 볼수록 더 그렇다.

○‘발 빠른 해결’ 대신 ‘내부 은폐’가 먼저

초동 대처부터 석연치 않았다. 서승화는 조인성-심수창이 2군행 징계를 받은 다음날, 후배들 기강을 바로잡겠다고 나섰다. 그 과정에서 배트 헤드 부분을 잡고 손잡이 부분으로 후배를 때렸다. 타 구단의 한 선수는 “서승화가 처음 때린 것도, A선수가 처음 맞은 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전부터 들었다”고 했다. 이후 2군 코칭스태프는 이를 1군에 보고했다. 하지만 김재박 감독은 이후에도 한동안 몰랐다. 사장과 단장도 마찬가지였다. 책임자가 ‘일단’ 덮어두려고 했기 때문이다. 머리를 여덟 바늘 꿰매고 돌아온 후배 선수는 다음날 낮경기에 출장해야 했다. 은폐 시도의 일부임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외부에 사건이 새나가지 않게 조심하는 건 자연스럽지만 내부 고위층에게까지 비밀로 했다는 건 이상한 일이다.

또 하나. LG는 조인성-심수창의 대립 이후 고위층을 중심으로 “차라리 잘 됐다. 이번엔 매를 맞되, 이 일을 계기로 팀을 재정비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자”는 각오를 다진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단 역시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기로 결의했다. 하지만 체벌 사건은 모두가 그렇게 결심하던 바로 그 순간에 터졌다. 그 때 곧바로 감독과 단장, 사장에게 ‘정확한’ 상황을 보고하고 적절한 내부 징계를 취했더라면, 뒤늦게 이렇게 커질 일도 아니었다.

○‘은폐’가 안 되면 ‘축소’가 답?

결국 이 사건은 LG의 견고한 벽을 넘어 다른 구단에까지 퍼졌다. 취재망도 좁혀졌다. 그러자 LG는 황급히 수뇌부에 보고한 뒤 다음 수순으로 ‘축소’를 택했다. 보도자료와 전화를 통해 기자들에게 상황을 알리면서, 구단에서 ‘솔선수범해’ 징계 조치를 취한다는 점과 야구방망이로 머리를 ‘밀다가 긁혀 두 바늘 정도를 꿰맸다’는 점을 강조했다. 물론 진상과는 차이가 있다.

한 두 해의 문제는 아니다. LG는 그동안 팀에 안 좋은 일이 생길 때마다 “이걸 계기로 분위기를 쇄신하겠다”며 반성의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벌써 몇 년 전부터, 아니 불과 2주 전에도 충분히 들었던 얘기다. 달라진 게 없다는 정황은 이렇게 계속 드러나고 있다. 성적은 계속해서 좋지 않았고, 내부 분위기는 끊임없이 어수선했으며, 그 과정에서 일부 프런트 인사는 ‘자리 보존’을 위해 사건을 미봉하는 데 급급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면밀한 조사’는 외부에 이 사실을 흘린 범인을 찾는 것부터 시작됐다. 이 일을 무작정 덮어두려 했던 LG의 기본 입장은 “어느 구단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도덕 불감증’이라 해도 할 말이 없다. LG는 여전히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있다. 하지만 누구도 하늘을 보려 하지 않는다는 게 더 문제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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