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에그린태극기?한국알리고싶었다”추신수현지인터뷰

입력 2009-08-25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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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추신수가 손잡이 아래 부분에 태극기가 그려진 방망이(작은 사진)를 들고 밝은 표정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동아일보]

“한국에서 뛰고 싶은 생각도 있지만 지금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오랫동안 풀타임 주전으로 뛰면서 미국 팬들의 기억에 남는 선수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

미국 진출 9년만에 메이저리그의 중심타자로 자리잡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추신수(27·사진)는 22일(현지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시내에 위치한 홈구장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박찬호나 김병현, 서재응처럼 투수로 성공한 선수는 간혹 있었지만 타자로 성공하기는 힘든 것 같다. 메이저리그의 중심타자가 된 기분이 어떤가.

“아직 충분히 자리를 잡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가 풀타임 주전으로 뛰는 첫 시즌일 뿐이고 아직 시즌도 끝나지 않았다. 좋은 타격감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야구는 끊임없이 배워야 하는 운동인 것 같다. 새로운 기술이 계속 나오고 새로운 투수들이 던지는 공을 때려야 한다. 현재 기술만 가지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 계속 운동하고 노력해야 한다. 요즘도 내 타격 자세를 찍은 비디오를 매일 보면서 분석하고 있다.”

-미국 팬들 사이에 인기가 높은 것 같은데 자신도 실감하나.

“작년 후반기부터 공을 잘 때리기 시작하니까 미국 관중들이 많이 알아보더라. 요즘은 팬레터도 많이 온다. 선수들마다 우편함이 있는데 매일 우편함이 꽉 찬다. 대부분 사인해서 보내달라고 하는 편지다.”

-배트에 그려진 태극기가 인상적이다.

“한국을 잘 모르는 미국 팬들이 많다. 한국에 대해 좀 더 알리고 싶었다. 배트 끝이 카메라에 많이 잡히니까 거기에 붙이고 있다. 요즘은 태극기를 그려서 야구장에 가져오는 팬들도 많이 생겼다. 그런 걸 보면 좀 뿌듯하다.”

-지금까지 가장 힘들었던 때는.

“아무래도 고등학교 졸업하고 미국에 처음와서 2001년, 2002년이 가장 힘들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준비도 안돼 있던 상황이었으니까. 의사소통도 안되고 친구도 없고 외로웠다. 지금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의사소통을 한다.”

-영어를 따로 배우고 있나.

“지금까지 영어를 따로 공부한 적은 없다. 그냥 선수들하고 얘기하면서 배웠다. 처음 2년간은 전담 통역사가 있었는데 지금은 없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고자 하는 한국 선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올해 WBC 대회에서 한국 선수들과 함께 뛰어봤지만 한국 선수들의 실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야구는 미국과 한국이 별로 다르지 않다. 그런데 문화가 다르고 스타일이 다르다. 한국과 다른 미국 야구 스타일, 문화에 얼마나 잘 적응하느냐의 문제다. 미국에 오면 누구든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한국에서는 최고였는데…’라는 자부심은 일단 접어야 한다.”

-병역 문제가 아직 남아 있는데, 내년 아시안게임이 마지막 기회 아닌가.

“풀기 쉽지 않은 문제다. 구단하고 이야기 하고 있는데 아직 확답을 받지 못하고 있다. 나야 아시안게임을 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일단 미국 구단에서 뛰고 있으니 구단의 허락을 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건강 관리는 어떻게 하나.

“잠을 많이 자려고 한다. 하루 8, 9시간씩 꼭 잔다. 잠을 자야 피로가 풀린다. 또 홍삼 절편과 홍삼 액을 매일 챙겨 먹는다. 홍삼 절편은 시합 할 때도 가지고 나와서 먹는다. 내가 땀을 많이 흘리는데 홍삼을 먹으면서 땀도 덜 나고 운동할 때 덜 지치더라.”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

“한국에서 뛰고 싶은 생각도 있지만 우선 미국에서 후회없이 뛰고 싶다. 한 두시즌 성적이 좋은 ‘반짝’하는 선수보다 지금 팀에서 오랫동안 주전으로 출전하면서 팬들의 기억에 오래 남고 싶다. 그러기에는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클리블랜드(미 오하이오주)|신치영 동아일보 특파원 higgled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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