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호우시절’주연정우성“사랑연기가좋다외롭기때문에…”

입력 2009-09-28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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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이고 선한 눈빛을 지닌 ‘호우시절’(위 작은 사진) 정우성은 “여전히 사랑을 찾고 있다”고 말한다. 감독과 제작자로서도 모습을 선보일 그는 “앞이 보이는 여행을 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낸다.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쓰촨성배경애틋한러브스토리펼쳐나이들수록가정과아이존재감절실
“사랑, 그 감정의 파장이 좋다.”

그리고 “사랑이 뭐냐고 묻는 건 우문이다”면서 “사랑에 이유를 달면 그건 이미 사랑이 아니다”고 말하는 남자. “외롭다”며 그래서 더욱 “사랑을 얘기하는 게 좋다”고 말하는 남자.

배우 정우성은 그렇게 말했다. “온전히 사랑할 때 그게 사랑이다”는-미처 경험하지 않았어도, 또 지금 누군가 옆에 있다고 해도, 그도 아니면 앞으로 누군가와 그 교감의 따스함을 느낄 것이라고 해도, 아니 이젠 지나간 것이라고 해도-설명하지 않아도 알아들을 수 있을 것 같은 그의 말은 진했다. 그리고 애틋하게 들려왔다.

그의 새 무대가 더욱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도 그런 감성을 느끼게 해주는 덕분일까.

정우성은 10월8일 허진호 감독의 신작 ‘호우시절’로 관객을 다시 만난다. 정통 멜로라는, 굳이 특정한 이름으로 부른다면 2004년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이후 5년 만의 무대다. 짝사랑과 첫사랑의 아슬한 선을 넘을 듯, 넘지 않을 듯했던 두 남녀. 오래 전 마음 속 사랑이었던 두 사람이 몇 년의 세월이 흐른 뒤 다시 만나 그 애틋한 감정을 오롯히 되새긴다면 그들은 새로운 사랑을 엮어갈 수 있을까.

‘호우시절’은 바로 그 두 남녀의 이야기를, 대지진의 아픔이 가시지 않은 중국 쓰촨성 청두를 배경으로 펼쳐내는 영화다. 허진호 감독 특유의 결코 과장되지도 격하지도 않지만 그래서 더욱 가슴 속 깊은 감성을 한껏 자극하는 이야기다.

사실, 정우성에게 ‘호우시절’이 멜로영화라는 의미는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가 주연한 많은 작품들은 그 감성 짙어 보이는 외모처럼 사랑의 이야기를 바탕에 둔 이야기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우성은 “사랑 이야기가 좋다”고 말한다. 그리고 많은 시나리오 가운데 유난히 러브스토리에 눈길이 간다고 그는 덧붙였다.

-왜 러브스토리인가.

“허진호 감독의 ‘8월의 크리스마스’ 같은, 마당의 대야에 물을 담아놓았는데 그 위로 빗방울이 떨어지는 감성의 디테일, 가슴에 와닿지 않나. 그런 정서가 좋다. 스타일이나 이미지만으로 날 바라보는 경우가 있지만 난 정서적인 것에 흔들리곤 한다. 일상에 잔잔한 물결이 이는 것 같은 느낌 말이다. 감정의 호소가 있는 이야기인 거다. 사랑 이야기는 시각적 충격보다 감정의 파장이 더 오래 간다.”

-외로운가.

“그렇다. 사랑을 갈구하고 있다고 할까? 가정과 아이를 갖고 싶다.”

-지금, 부쩍 그런 것인가.

“자라온 환경이 따뜻하고 여유롭지 않았던 것에 대한 보상심리일까. 내 아이는 나보다 따뜻한 가정에서 자라게 하고 싶다. 20대 때에도 그런 생각을 했지만 어릴 땐 단순했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까다로워지는 것 같다. ‘제대로 된 사람을 만나야지’ 하는.”

-사랑에 대한 애틋함이 있나보다.

“그건 누구나 갖고 있지 않나. 여자와 헤어졌다고 사랑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하나? 그렇지 않다. 사랑에 충만했다면 사랑은 이미 이뤄진 거다.”

-사랑이 대체 뭔가.

“그건 우문이다. 사랑은 곧 사랑이다. 사랑에 이유를 달면 그건 이미 사랑이 아니다. 온전히 사랑할 때 그게 사랑이다. 무한대인 거다.”

-‘호우시절’ 속 상황은 실재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강하게 준다. 순수한 사랑의 모습이랄까.

“우린 때로 현실에 의해 기억이 숨어버리는 상황을 맞곤 한다. 현실에 의해 먼지에 갇힌 것처럼 숨어 있었던 감정, 하지만 눈앞에 나타난 사랑 앞에서 그 먼지들은 어느새 모두 날아가버린다. 고교 시절 만났던 친구가 있었다. 서로 좋아하는 감정을 알고 있었지만 다가가지 못했다. 20대 중반에 다시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결국 그녀는 결혼했고 난 행복하라는 말을 전했던 기억이 난다.”

-‘호우시절’의 상대 배우인 가오위안위안(고원원)과 맞춘 호흡은 어땠나.

“정말 즐거웠다. 내가 그녀를 ‘잘 생겼다’고 말하곤 하는데, 정말 인품이 뛰어난 사람이다. 중국 배우라고 해서 의사소통이 힘들거나 하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감정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점에서 배우들 사이 매개라 할 수 있는 언어는 중요치 않았다.”

-감독 데뷔는 언제 할 생각인가.

“현재 몇 편의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사랑에 대한 복수극을 다룬 액션영화가 있다. 하지만 제작비 규모가 커져 살짝 미뤘다. 작가가 쓴 느와르물과 내 아이템인 로드무비 형식의 멜로영화도 있다. 어떤 작품을 먼저 연출할지는 모르지만 각 작품별 팀을 꾸려 진행 중이다.”

-연출 뿐만 아니라 주연과 제작을 맡게 되겠다.

“그렇다. 1인 다역을 하게 될 것 같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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