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Kiss]체전중심실업육상…체질부터바꿔!

입력 2009-09-29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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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의김연아를기다리며…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을 2년 앞두고 열린 베를린세계육상선수권에서 한국육상대표팀은 19명의 선수가 출전해 전원 예선 탈락했다. 예상 밖의 초라한 성적에 한국육상계가 충격에 빠졌음은 물론이다. 예상대로라면 4∼5명의 선수가 결승에 진출하고 2년 후 대구대회에서는 이보다 많은 선수가 결승에서 한국 관중의 열띤 환호와 응원 속에 메달에 도전해야 한다. 대구대회의 성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시나리오다.

2007년부터 육상드림팀을 꾸리는 등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했지만 8월 세계육상선수권에서 이 시나리오의 실현 가능성이 의심받게 됐다. 17일 대한육상경기연맹은 ‘육상 경기 지도력 향상을 위한 종합 토론회’를 개최했고, 많은 육상인들이 해법 찾기에 동참했다. 그 중에서 전국체전 중심의 실업팀 운영방식에 대폭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한 것 같다. 우리의 경우 육상, 수영, 체조 등 기본종목은 전통적으로 비인기 종목으로 취급받아왔다. 이 때문에 인기 종목에 비해 선수들의 진로나 처우에 많은 제약이 있어 후진성을 면하기 어려웠다. 이런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실업팀 창단을 권장해 왔으며, 현재 70여개의 육상 실업팀이 운영되고 있다. 이 제도가 선수들의 진로와 처우 문제 해결에 기여함으로써 육상을 비롯한 기본종목의 발전에 동력이 된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기본종목의 경기력 향상에는 별로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연히 그 원인을 규명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

현재 실업팀의 지상목표는 전국체전에서 메달을 획득해 광역시·도의 순위 경쟁에 기여하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실업팀들은 전국체전에서 당장 금메달 획득이 가능한 선수를 영입해 메달만 따라고 한다. 선수 입장에서는 국가대표선수 수준에 이르기만 하면 실업팀에서 서로 모셔가려하고 계약금이나 연봉도 넉넉하게 받을 수 있으니 부족할 게 없다. 기를 쓰고 훈련해야 할 동기가 없어지는 셈이다. 적당히 훈련해도 체전 메달은 딸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체전대비를 위해 국제대회를 기피한다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세계적인 선수들과 겨룰 수 있는 기량을 갖추기 위해서는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신기록에 도전하는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해야 한다. 우리 대표선수들이 실업팀에 입단한 뒤에도 이러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도록 선수 보상 시스템을 하루빨리 바꾸어야 한다. 기록 경신의 노력과 성과에 의하여 평가받고 보상받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 육상 선수들도 세계무대에서 통하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되고 싶은 사람이 된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훌륭한 육상선수를 꿈꾸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정진하는 선수가 많을 때 우리도 걸출한 육상선수를 보유할 확률이 높아진다. 육상에서도 성공하면 다른 종목처럼 부와 명예가 보장될 때 양용은(골프)이나 김연아(피겨) 같은 세계적인 선수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육상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한국형 보상 시스템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어릴 때부터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훈련을 시킬 수 있도록 학교 육상부 운영에도 많은 지원과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지금처럼 열매만 따겠다는 실업팀 중심의 선수양성제도를 보완해 피라미드식 선수수급체계를 갖추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여기에 전성기 선수들의 기록 경신에 따른 합리적인 보상 시스템이 선수들의 기록경쟁을 부추길 때 세계정상을 향해 한걸음씩 접근해 갈 수 있을 것이다.

정동식 KISS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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